여행할 권리/2013_여름 내일로

[0801 내일로3-부산] 우리가 여름에 바다를 가는 이유

koala초코 2013. 8. 10. 12:48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은 토스트 딸기잼 버터 계란 커피)


기차시간이 붕 떠서 난처했던 어제와 달리 

오늘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어 

빨리 부산으로 가고자 조식을 챙겨 먹고 빠르게 체크아웃


항상 가 보고 싶지만 표 값이 애매해 와 보지 못했던 부산, 

내일로 덕분에 이번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처음으로 가 본 바닷가에 있는 절)


해운대역에서 내려 역 근처에 있는 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놓고 나온 나

정말 어렵게 잡은 숙소였습니다

휴가기간이라 숙소 예약부터 빠듯했던 부산

가는 곳마다 사진 속에서 보이듯 한 무리의 사람들과 계속 마주쳐야만 했던 부산

결국 태종대 비극(?)의 큰 원인이 된 휴가철의 부산ㅠㅠㅠㅠ


해운대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용궁사까지 올 때만 해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일단 시원한 바람! 해가 뜨거운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의 찬기에 

본능적으로 바다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십 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용궁사

의외로 입장료가 없고, 예상보다 사람이 많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나서 당황했습니다

당황하면서도 절에 도착하자마자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상쾌해진 기분


맞다....이래서 사람들이 여름 되서 더워지면 바다로 가지.....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고려 시대에 지어진 절, 원래 이름은 보문사)


절이 지어진 지 얼마 안 되었나 해서 검색해보니

원래 지어진 시대는 고려시대, 공민왕의 왕사 나옹 혜근이 창건

임진왜란 당시 소실되었다 1930년대 중창된 절이었군요

용궁사라는 이름은 1974년에 꿈에서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

바닷가 옆에 있어 용왕이 부처님과 차 한 잔 하러 잠시 방문할 만한 규모와 외모를 가진 절입니다

용궁사 너....마음에 들었어



(입장료도 없으니 절 앞 노점에서 딸기 슬러시 한 잔)


기분이 좋아진 나는 버스를 타고 해운대 역으로 나가, 지하철을 갈아타고 부산역으로 갑니다

지하철에도 사람이 수두룩빽빽했지만 오늘 여행 시작을 잘 끊었다는 생각에 룰루랄랄라

광안리역 지나가는데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갈매기 소리와 바닷소리가ㅋㅋ깜짝 놀람



(부산역 앞의 분수대가 유명하다고 어디선가 본 듯도 하고)


부산역으로 온 이유는 이 앞에서 태종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기도 하고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을 먹기 위해서! 검색해 온 부산역 근처 국밥집을 찾아 갑니다.



(여행사진 정리하다 보니 간판 찍은 식당이 국밥집밖에 없네~씐나게 말아먹고왔네~~ㅋㅋ)


여행 처음으로 가게 앞에 줄 서서 기다린 집

왜 돼지국밥이 유명할까, 그렇게 맛있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궁굼증은 커져만 갑니다.



5분 정도 기다려 들어간 국밥집에서 돼지국밥을 주문해 국물 한 모금 들이켜보니

오?! 돼지고기가 들어갔는데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니 맛있습니다?

순간 흥분해서 밥을 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부추무침을 국밥에 넣어 말아먹더군요?

어쩐지 부추무침을 왜 이리 많이 주나 했다ㅋㅋㅋㅋ먹는 법도 제대로 검색 안 하고 그저 국밥집만 찾아온 나 ㅋㅋㅋ


부추를 넣고 밥을 말고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제 밥 다운 밥을 못 먹고 미친듯이 자전거나 탔던 내가 국밥을 먹는 모습은

마치 나무 한 짐 하고 주막으로 들어선 나뭇꾼이 주모 여기 국밥 한 그릇 말아 줍쇼! 호기롭게 외치며

후루룩췁췁췁 먹방을 찍는 광경과 비슷했을 겁니다

평소엔 절대 안 먹던 고추까지 두개 싹싹 다 비움ㅋㅋ 하정우 먹방 저리가라임ㅋㅋㅋㅋ




(태종대 입장부터 꼬이기 시작...다누비 열차 대기시간만 2시간ㅠㅠ)


돼지국밥 한 그릇 비우니 세상 모두를 얻은 것만 같은 기분 !

흥에 겨워 태종대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버스 속도가 서서히 줄어듭니다.

태종대 가는 길이 점점 좁아집니다.

좁아지는 길에 차가 빼곡히 들어차기 시작합니다.

예상시간보다 한 시간은 더 초과된 도착시간, 입구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등대 가는 다누비 열차 타려면 대기만 2시간...주말 에버랜드 온 심정ㅠㅠ

일단 무작정 걸어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등대로 가는 길에서, 차라리 이때 깔끔히 돌아갔어야 했어................)


두 시간이나 걸려 도달한 곳이라 포기하기 아까웠던 태종대

그래서 무작정 걷기 시작한 태종대

걸을수록 왜 내가 여기 있나...나는 왜 걷고 있는가....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고뇌와 후회로 가득한 머릿속과 전날 페달질의 피로가 덜 풀린 다리가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도착한 태종대 등대는 가파른 길과, 신기한 암벽과, 시커먼 바다로 이뤄진 곳이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내가 본 태종대는 푸른 바다 흰 등대가 조화롭게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구린 날씨를 미쳐 계산에 넣지 못한 나



암벽의 바다가 남긴 흔적이 신기하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시시컴컴한 바다에서 어색한 미소로 기념촬영을 하고 나니, 곧이어 현실을 깨닫습니다

여기 온 시간만큼 다시 나가야 하는구나

남포동에서 만나기로 한 울산 사는 나의 남자친구는 5시 반에 이미 도착했는데

등대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태종대에서 남포동까지 한 두시간은 넘게 걸리겠구나


내 소듕한 시간인데ㅠㅠㅠㅠㅠㅠ



(버스 안에서 내내 이 표정)


결국 일곱 시는 되어서야 남자친구와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태종대, 너란 관광지 나쁜 관광지

태종대 너 때문에 보수동 헌책방 거리도 못 가고, 국제시장 구경도 못 하고, 자갈치시장에서 자갈치도 못 먹고(?)

오늘 부산 여행의 진정한 구멍 태종대!!!!!!!!!!!!!!!!!!!!!!!!!!!!!!!!!

한 십 년 간 갈일 없을 듯................................ㅠ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부산의 또 다른 맛집을 찾아 족발 거리로 들어섭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거리 근처에 족발이 유명한 식당이 모인 거리가 있습니다

검색해 본 바로는 한양족발과 부산족발이 유명하다네요

부산족발집으로 찾아가 한 10분 줄 서서 기다린 후, 드디어 입장

유명하다는 냉채족발과 맥주 한 병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이 냉채족발은 태종대로 절망에 빠져 있던 내 속을 단박에 가라앉혀 줍니다


진짜 맛있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 입에도 안 대던 해파리까지 싹싹 긁어다 새콤한 족발 위에 올려 거침없이 흡입!

오늘은 돼지가 나에게 빠진 날, 아니 내가 돼지에 빠진 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맥주도 두 병을 비워 없앴습니다




(젊음!으로 가득한 해운대의 밤)


해운대에 숙소를 잡은 만큼 해운대 한 번 안 보고 가면 아쉽죠

한국 공식 해수욕장, 전국의 여름 휴가객이 몰려드는 여름 휴가의 보통명사 해운대

밤인데도 사람으로 북적이는 해변 저 너머에 불빛이 번뜩번뜩

낯익은 음악소리에 무대를 보니 노래는 모나리자, 엠블랙이 왔나 봅니다

남자친구와 역시...해운대....하며 거리 공연도 보고 시원한 바닷바람도 만끽하며 거닐다

울산 기차 시간 때문에 아쉽지만 뒤돌아서서 나왔습니다

그때 빵! 빵! 터지는 불꽃놀이 소리!!

황급히 뒤돌아보았지만 해운대는 이미 호텔과 빌딩의 숲에 가려 보이지 않고

신명나게 불꽃 터지는 소리만이 들리는 상황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고, 차 막히고, 더 좋을 수 있는데 2%가 아쉬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

놓쳐버린 불꽃놀이가 주는 '아쉬움'이 내일로 셋째날 부산 여행을 정리하는 키워드가 아닌가..합니다



숙소도 이번 여행 중 가장 좋고 가장 비싼 곳인데

8시간도 채 이용하지 못한 상황(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조식도 못 먹고ㅠㅠ)

유독 무더운 이번 여름이 가기 전, 한 번 더 부산에 와 보고 싶긴 하지만

이렇게나 사람이 많아서 과연 실현이 될지는 미지수


모두들 바다로 모여드는 이유는 다 같으니까요

여름 바다, 낭만, 뜨거움, 차가움, 푸른 바다와 붉은 태양, 돼지고기(?)

내겐 너무 아쉬운 부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