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2013_여름 내일로

[0802 내일로4-순천] 너와 함께한 여름의 순천만

koala초코 2013. 8. 15. 19:28



(부산우유를 드링킹하며 떠나는 부산)


부산에서 순천으로 가는 경전선은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아 기차 시간이 세밀하지 않습니다

그 말은 곧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8시 반 기차를 놓치면 오늘 일정이 모두 날아간다는 뜻...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부산우유를 사 들고 해운대역에서 부전역으로, 부전역에서 순천역으로 환승합니다

순천까지는 약 세 시간, 텅텅 빈 열차 안에서 자석 두개 모두 차지하고 누워 푹 자둡시다




(가운데 남자분은 모르시는 분인데...꼭 배경 위주의 기념사진 같군ㅋㅋ)


순천역에서 베프와 만나 역 바로 옆의 순천 내일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겨두고 나왔습니다.

3년 만에 재방문한 순천은 한창 정원박람회 때문인지 간판도 깔끔해지고 전체적으로 도시 정비가 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버스 카드가 찍힌다!!!!!!!! 이것도 모르고 선암사 가는 버스에서 현금을 낸 우리ㅠㅠ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선암사



(절 구경보단 뒤의 숲길과 연못과 계곡 구경에 더 몰입...ㅋㅋㅋ)


깊은 산 속의 선암사는 의외로 규모가 커서 이곳저곳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문제라면, 날씨가 더웠다는 것

절 뒤쪽의 편백나무 숲에서 더 오래 머무르고

절 앞쪽의 계곡에서 노느라 정신 팔고 다녔습니다

역시, 여름엔, 자연입니다, 그것도, 물이 흐르는 자연. ㅋㅋㅋ


늘씬한 편백나무가 미끈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는 숲 속



(아침 일찍 나오느라 황급히 착용한 모자가 초딩 수학여행st의 멋을 더합니다)



저 다리도 옆의 설명을 읽어보니 절과 함께 오래된 유적지였습니다.

운치가 있어요



(발이 시원해야 온 몸이 시원하다)


선암사보다 계곡에서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우리 ㅋㅋㅋ


올해 처음으로 물에 발을 담근 후, 오늘 여행의 목적

순천의 랜드마크

순천만으로 고우고우





(눈물 흘리며 흡입한 순천만 바로 앞 꼬막정식ㅠㅅㅠ)


지금 보니 이 가게 상호명 찍는 걸 깜박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쪼-끔 비싸긴 했지만 꼬막무침 꼬막된장국 꼬막전 꼬막탕수육 반찬만 열 가지가 넘고 

무엇보다 내일로 할인까지 해 주신 훌륭한 맛집이었는데....이름이 무진기행 이었나?????

아무튼! 아침 점심 이동시간 때문에 삼각김밥만으로 버틴 우리에게 훌륭한 양식이 되어준 꼬막정식

꼬막의 힘으로 순천만 일몰을 보러 갑니다




정원박람회 입장하면 순천만 입장료가 무료지만

날이 덥고 의외로 박람회장과 순천만이 그리 가깝지가 않아

우리는 순천만 방문만을 택해 입장했습니다.

나도, 친구도 두 번째로 방문하는 순천만

둘 다 겨울의 순천만이 첫 만남이었던 기억



(겨울의 순천만-여름의 순천만)


우리나라의 대표 연안습지대인 순천만은 사계절 모두 방문해야만 진정한 순천만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의 순천만이 뽐내는 금빛, 여름의 순천만이 내뿜는 초록빛

겨울 여름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계절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순천만의 얼굴이 

솔직해서 귀엽습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덥고 습한 기운이 지치게 만들긴 하군요ㅠ

겨울과 비교했을 때 사람도 세 배는 더 많았습니다...(휴가철이긴 하지만)



(꼼지락거리는 게들, 못생겼다는 짱뚱어도 보고 싶었는데...)


초록빛의 갈대가 바람에 넘실대는 광경은 순천만이 꼭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길 아래 습지를 자세히 보면 게들이 움직이면서 구멍이 뽕뽕뽕 뚫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지가 살아있다, 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곳입니다.





(순천만의 일몰을 보기 위해 용산전망대로 모여든 사람들)


이 광경을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사진으로 간직하면서 이때의 기억을 떠올려 볼 뿐




도시에서는 일출이나 일몰을 직접 보기 무척 힘이 듭니다

눈 뜨면 그새 아침, 뒹굴거리다 보면(?) 어느새 밤

하루가 시작되고 끝나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다는 것이 

특별하고 또 소중하다는 생각


일몰은, 말 그대로 해가 '똑' 하고 떨어집니다.



(해가 지고 개와 늑대의 시간이 순천만에 깔리고 있습니다)


여름의 순천만도 아름답긴 하지만, 친구와 둘이서 걸어가면서

아무래도 겨울의 순천만이 더 좋다는 데 합의(?)를 보았습니다ㅋㅋ

습지라 그런지 뜨거운 공기에 습기까지 더해져 한층 강렬해진 더위

여름 휴가철 몰려든 사람들, 해 지는 시간이 늦은 여름의 일몰

무엇보다 처음이라는 겨울의 순천만과의 만남이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그래도 또 올 거야, 가을이나 봄에ㅋ.ㅋ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 하며 마무리)


이제까지 혼자 걷다 오늘 친구와 함께 돌아다니니 확실히 여행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눠 보자면, 혼자 여행은 침묵의 여행, 함께하는 여행은 대화의 여행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혼자서는 내 생각을 깊게 파고들어 정리할 수 있고

함께 하면 즉각적인 감상의 공유가 가능해 집니다(그리고 사진 찍기가 수월해 지고ㅋㅋ)

사람에게는 침묵과 대화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침묵만으로 사는 자는 끝내 미쳐버릴 것이고, 대화만으로 버티는 이는 허무의 끝에 도달하고 말 테니까




함께한 나의 7년 지기 베프에게 오늘 더위보다도 뜨거운 사랑을 바치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