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2013_여름 내일로

[0803-04 내일로 5+6-구례 화엄사] 템플스테이란 무엇인가

koala초코 2013. 8. 15. 21:19



(화엄사 일주문, 템플스테이가 시작되면 이 문을 나갈 수 없다)


어제 순천까지 정신없이 여행의 반이 지나가고

후반부 일정은 널널하게 잡아 쉬면서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그 첫 관문으로 신청한 구례 화엄사 템플스테이~

내일로 플러스 혜택을 둘러보다 순천역에서 발권하면 화엄사 템플스테이가 만원이길래 냉큼 신청 !

나름 불교 관련 대학을 졸업했으면서 템플스테이 한 번 다녀오지 않은 제가 좀 한심해지는 순간입니다ㅋㅋ




(대웅전과 동오층석탑, 템플스테이 하면서 받은 소책자 덕분에 알차게 둘러본 화엄사)


구례구역에서 화엄사로 가는 길은 조금 복잡합니다.

우선 기차역에서 구례 터미널까지 가야 하고, 터미널에서 다시 화엄사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 각자의 버스들이 하루에 몇 대밖에 없어 시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런 어려운 버스 시간을 구례구역 도착 후에야 알았다는 것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4시까지 화엄사에 도착하지 못하면 템플스테이는 자동 취소

터미널에서 화엄사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여덟 대 뿐

역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 시간은.....언제지.....?


결국 역 앞에서 혼자 택시를 타고 화엄사로 향합니다ㅠㅠ

하루 숙박과 세 끼 식사가 만원에 해결되는 일정이라 큰 출혈은 아니지만 내 눈에 흐르는 이것은...?ㅋㅋㅋㅋ

그래도 기사 아저씨가 친절하셔서 즐겁게(+편하게) 화엄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창을 다 열고 큰 소리로 팝송을 빵빵 틀며 질주하던 아저씨는

예쁜 아가씨가 서울에서 온 덕에 비 한 방울 안 오던 지리산에 비가 오네~! 라는

마음 촉촉해지는 멘트를 날려 주셨습니다ㅋㅋ


이게 앞으로의 복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각황전과 서오층석탑, 각황전은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 건물)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세 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해

사무실에 짐을 맡겨두고 절 안을 설렁설렁 돌아다녔습니다.

백제 성왕 시대 창건된 화엄사는 그 전통만큼이나 큰 규모와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는 절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절 한가운데로 도달하면 눈에 들이오는 두 개의 탑과 대웅전, 각황전

사진 속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 건물이라는 각황전은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예불을 드리게 될 건물입니다




이 서오층석탑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었다는 설명에 깜짝 놀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것이라 했는데??

검색해보니 여기서 발견된 것은 필사본이라 하네요

석가탑에서 발견된 것은 목판본, 즉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


단순한 동오층석탑과 달리 서오층석탑에는 장식이 가득 새겨져 있습니다

12지신, 여덟 신들, 사천왕이 함께 새겨진 드문 탑이라 합니다



각황전 바로 앞에 서 있는 석등은 국내 최대의 석등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대의 목조 건물과 석등이 나란히 서서 위엄을 자랑합니다




덥고 배가 고파 지친 저는 대웅전 맞은편 보재루라는 건물 안으로 신을 벗고 들어갔습니다

저처럼 지친 사람들 쉬라고 지어놓은 건물 같았습니다

문과 창문이 뻥 뚫려있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옵니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4사자 3층 석탑)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당황한 나, 우산은 맡겨놓은 가방 안에 있는데....-,.-

아직 이슬비 정도라 석탑 하나 더 보고 가자 해서 각황전 뒤로 난 산길을 오르자마자

쏴 하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석탑 주위에 나무가 울창해 그 아래로 들어가 감상한 석탑과 수국

석탑 안에는 비구니가, 석탑을 마주보는 석등에는 승려가 앉아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비는 거세지고 템플스테이 숙소로 들어갈 수 있는 시간까지 앞으로 한 시간...

각황전 앞에 서서 들려오는 불경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멍하니 서서 절을 바라보았습니다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불경소리, 목탁소리, 빗소리, 지리산 산자락

처음도 끝도 없는 세계에 내가 서 있네요




드디어 입소한 템플스테이~숙소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합니다

심지어 저는 사진 속 숙소에 들어가보지도 못했어요

여기서 더 내려가 신식(?)숙소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ㅋㅋ 화장실도 수세식~

지금 내일로 템플스테이에 일반 수련생도 한창 몰리는 시기라 정신없다더군요

체크인 하자마자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




수련복으로 바지 한 벌 받고, 소책자 읽고 있으니 5시가 다 되어 갑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동영상 감상 후 절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둠 속에 서 계신 내일로 템플 수련생들 지도하신 스님은 3년 전에 한국으로 오신 외국인이셨습니다

그분께 법당 기본 예절과 차수(손을 교차해 배 앞에 두고 절 안에서 이동하는 법), 합장 및 반배, 큰절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특히 큰절은 예불 시간에 중요한 자세라 연습도 한 번씩 한 후

저녁 공양하러 이동~



사실 템플 스테이 신청의 숨겨진 목적 중 하나가 아빠 어디가를 보고 궁금했던 발우공양 시간인데..ㅋㅋㅋ

워낙 사람이 많다 보니 급식소 같은 식당에서 큰 사발에 밥과 반찬을 뷔페처럼 먹을 만큼 덜어서 먹게 하고 있었습니다

단무지로 밥그릇 씻고 하는 것도 없었어요, 세면대에서 자기 밥그릇 세척하면 끝

대신 음식을 절대 남기지 않는 것은 똑같이 중요했습니다

남길 것도 없는 것이 밥은 진짜 맛있었습니다^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한 맛이 있더군요



밥 먹고 잠시 쉬다 6시 반부터 저녁 예불 드리러 가야 하는데

말 그대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지는 비...........

양말 신발 바지 다 젖어 어쩔 줄 모르다 신발까지 다 벗어 맨발로 숙소까지 왔다갔다 했습니다

절 전체가 워터파크가 되었어요ㅠㅠ




(사진은 새벽 예불에 찍은 것..새벽 3시에 일어나 부처님께 절)


상시 휴식형인 내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서는 저녁 예불, 새벽 예불 두 번의 예불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줄 서서 스님을 따라가다 보면 북이 있는 전각 앞에 서게 되는데, 큰스님들이 한 명씩 큰 북을 치십니다

북소리가 끊기지 않도록 릴레이 하듯 북을 두드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북소리를 들으며 각황전으로 들어서면 방석 위에 서서 밖에서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밖의 종소리가 건물 안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큰 절 세 번, 곧이어 불경 소리가 들려오고

템플 스테이 참가자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불경이 쓰여진 종이가 자리 앞에 모두 놓여있어 읽기도 하고

목탁 소리에 따라 큰 절 한 번씩 하게 됩니다

마지막은 반야심경을 다 같이 읽으며 예불 마무리

관광객이 아닌 수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부처님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새벽 예불까지 마치고 잠깐 쉰 뒤에 아침 공양 후 울력 시간이 이어지는데

원래는 마당을 쓸고 일하는 시간이나 역시 사람이 많아ㅋㅋ자신의 숙소 청소로 대신합니다

그 뒤로 템플 스테이 마지막 프로그램인 스님과의 차담시간

계속 말한대로 사람이 너무 많아 스님과 대화하기 보다는 강연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화엄사에서 직접 길러 발효시킨 녹차를 마시며 

사람의 복이 담긴 그릇에 대해,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차담 시간이 끝나고 점심 공양은 굳이 안 해도 되어 다음 일정이 있는 내일러들은 빠르게 퇴소하더군요ㅎㅎ

저는 일요일 일정을 아무것도 잡지 않아 한가하게 빈둥거리며ㅋㅋㅋ점심 공양까지 챙겨먹고 나왔습니다

절에서 메밀소바에 주먹밥에 유부초밥이 나오다니!! 감격하며 한 그릇 뚝딱ㅋㅋ



수련이 아닌 상시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공양 시간과 예불만 참여하면 자유 시간이 많아

정말 '쉰다'는 느낌입니다.

풍경 좋고 공기 맑고 물 깨끗한 화엄사에서 며칠 쉬는 시간....

물론 백수인 저로서는 매일이 쉬는 날이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

템플스테이에서의 휴식은 질이 달랐습니다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닌, 마음수행을 통해 부처가 되는 종교인 불교에 대한 믿음도 한층 강해지구요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 이 템플스테이가 아닌가 합니다

상시 휴식형에 한해서, 이 프로그램은 108배를 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이렇게 이틀이 지나고, 공백의 일요일 오후가 찾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