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2013_여름 내일로

[0804-05 내일로 6+7-지리산] 다른 세계를 꿈꾸는 상상력

koala초코 2013. 8. 15. 22:30



(음~속세의 음식~하지만 일주문 안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다는 거~ㅋㅋㅋ)


아이스크림 하나 까먹으며 템플스테이 마무리를 자축하며

미리 예약해 두었던 구례 둘레길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딱히 어디를 간다기 보다 화엄사와 가깝다기에 선택한 숙소, 역시 게하 위주의 여행~ㅋㅋ

사장님이 매표소를 지나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까지 걸어 나오면 픽업을 해 주신다고 답을 주셔서

길을 따라 걸어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어제 비만 안 왔어도 계곡에 발 한번 담글 수 있었을 터...)




사장님의 안내로 찾아온 게스트하우스는 생각보다 크고 깨끗했으며

숙박객이 거의 저 혼자였습니다 

기차역과 거리가 멀어 내일러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지리산 아래

사장님이 일정을 물어보셔서 아무 계획 없이 왔다고 답하니

그럼 푹 쉬라고 하셔서, 오늘은 쉬기로 결정!

사실 3시에 예불 드리고 어쩌고 하니 누적된 피로에 어깨가 묵직한게

지리산 반달곰만한 우루사가 열 마리쯤 쌓여있는 느낌이었습니다ㅠㅠ

사람 없는 덕분에 4인실 도미토리를 일인실처럼 이용할 수 있었던 쾌적함ㅋㅋ



(월요일 새벽, 차 한 대 사람 한 명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도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책 좀 보다 잠 좀 자다보니 저녁시간, 사장님의 배려로 부엌에서 컵라면에 밥에 계란 후라이까지

얻어먹을 수 있었습니다...김치까지 꺼내주신 배려 넘치는 사장님!!

밤에는 막걸리도 한 잔 할 수 있었어요

또 다른 숙박객인 60대 부부 손님이 오시기까지 사장님과 단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가 눈에 띄어 물어보니, 행복학교 소속원이시고 지리산 반달곰 복원에도 참여하신

지리산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지리산 행복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반달곰 이야기(현재 27마리 정도 있다고..), 지리산에 내려와 사는 문인들 예술가들 이야기,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리산 행복학교 카페 http://cafe.daum.net/jirisanartschool 도 당장 가입!ㅋㅋ

곧이어 합석하신 부부 분들도 한 해 일하시고 한 해 여행을 다니시는 분들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제껏 익숙했던 내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게 하는 막걸리 한 잔 이었습니다



(새벽 6시 성삼재 휴게소로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운해가 보일까?)


새벽 5시, 사장님이 알려두신 대로 6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위해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제가 패기넘치게 노고단 일출을 보겠다고 말하니 걱정하시며ㅋㅋ차라리 새벽에 올라가는 게 더 좋을 거라며

적극 권유해 주신 노고단 등반, 토스트 두개 해치우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습니다

성삼재까지는 해발 1000m, 여기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한 시간

굽이굽이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지리산을 보며 오늘 경치가 잘 보일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갈림길)


성삼재휴게소에서 하차하면 노고단 휴게소까지 40분 정도? 올라가고 여기서 30분 더 오르면 노고단 정상

만약 갈림길에서 편안한 길을 택하면 시간이 더 걸립니다 

편안한 길 따위 필요없다, 지름길로 노고단을 파.괘.한.다.!! 패기 넘치게 노고단 휴게소까지 30분 만에 도착합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헐~이렇게 짙은 안개는 처음 보았습니다

영화 사일런트 힐도 생각나고...다른 세계에 온 것 같고...이러다 무릉도원으로 넘어가는(?)가 싶기도 하고...

지리산 종주를 위해 숙박하시는 분들이 아침을 먹는 것을 보며 저도 자판기 커피 한 잔 하며

노고단 예약제 안내라는 안내문에 어리둥절해 하다

일단 올라가 보자 하며 무작정 출발했습니다




가뜩이나 이른 시간이라 등반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이런 미친 안개라니, 4차원으로 넘어갈 것만 같은 느낌에 자꾸 헛웃음이 나옵니다

내가 원래 다른 세계로 떠나고 싶어 했잖아~오크가 뛰어다니고 마법 뿅뿅 쓰는 이세계로~ㅋㅋ

전직 오덕은 이렇게 허황된 망상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노고단 정상이 보이는 고개까지 오르니 마법처럼 삭~걷히는 안개

까지는 좋았는데 정상으로 진입하는 길목이 문으로 막혀 있군요ㅠㅠ

다급히 지리산국립공원 사이트를 접속해 보니 인터넷 예약을 해야 9시, 10시, 이런 식으로 정해진 시간에 입산할 수 있다는데 당일 예약은 불가ㅠㅠㅠㅠ여기까지 와서 정상을 못 본다니!!

멘붕이 온 저는 일단 노고단 휴게소로 다시 내려가 물어보기로 합니다



사람이 없으니 길에 카메라 타이머 맞춰두고 촬영도 가능 ㅎㅎ

초점없는 사진 속 안개가 새벽의 지리산 공기, 잠깐 멘붕이었던 저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ㅋㅋㅋ 진심 머리가 흐릿해졌음




(꽃이 많은 노고단 전경..파괴된 노고단 생태계 복원의 결과물들이라 합니다)


휴게소로 다시 내려가니 아까 그 문 앞에서 이름 쓰고 현장예약 하면 입산 가능하대!

굳이 여기까지 안 와도 들어갈 수 있는 거였대!!ㅋㅋㅋㅋㅋㅋㅋ

자조의 웃음을 지으며 자유시간 하나 사 들고 다시 왔던 길 또 오르기~

그래도 이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

8시 반쯤 고개로 올라가니 정상 입산이 가능했습니다

원래 9시부터 개방인데 아침 일찍 사람이 없어 지금 개방한다는 친절한 관리인 아저씨의 말씀!

드 디 어 올 라 간 다




(KBS수신센터?인가 건물들, 꽃들, 구름)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까지는 금방 올라갈 수 있습니다

천천히 주변 꽃들도 구경하고~구름도 감상하고~종종 뒤돌아 올라온 길들도 감상하고~

그러다 보면 눈 앞에 떡하니 서 있는 노고단 돌탑






(모두 다른 구도로 네 장이나 찍어주신 어떤 아저씨 굳~감사감사합니당^.^)




해발 약 1500m, 우리나라 10대 경관 중 하나라는 지리산 노고단의 운해,

푸른 하늘에 푸른 산 흰 구름 노란 꽃들 세상 모든 색채가 어우러진 이 곳을

어떤 말로 정확히 묘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내일로 여행을 하며 동반자로 택해 읽으며 달려온 책,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말로 인하여 비로소 사물이 있다. 사물은 말로 인하여 부풀어 오르며, 말로 인하여 팽창한다.

하지만 내 상상을 넘어서는 어떤 풍경에 직면하게 되면, 저는 일시적으로 말을 잃어버립니다


이 거대한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제 평생의 목표가 되어야겠죠...



평소엔 생각도 못했던 세계를 듣고, 보고, 이야기 하는 행위

여행은 다른 세계를 꿈꾸는 상상력을 길러 줍니다

그래서 옛부터 견문을 넓히기 위해 떠나라...고 자주 충고하지요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신사가 되는 조건 중 여행은 필수적으로 포함되었습니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었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

이제 이렇게 직면하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언어로 옮겨 보고자 노력하다 보면

제 세계도 노고단에서 바라본 하늘만큼이나 크고 넓어지리라...하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감격의 노고단, 내일로의 절정-클라이막스를 장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