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한 권의 책

헤로도토스의 [역사]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

koala초코 2014. 10. 12. 00:14

1권 32장 "크로이소스 전하, 전하께서는 제게 인간사에 관해 물으시지만, 저는 신께서 매우 시기심이 많으시고 변덕스러우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나이다. 인간은 오래 살다 보면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많이 보고, 겪고 싶지 않은 것도 많이 겪어야 하나이다. 저는 인간의 수명을 이른 살로 잡는데, 70년은 윤달을 빼고도 25200일이나 되옵니다. 계절이 역월과 일치하도록 거기에 한 해 걸러 한 번씩 한 달을 덧붙이면, 70년에 35개 윤달이 추가되는데, 이 윤달들은 1050일이 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70년은 모두 26250일이 되는데, 그중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날은 단 하루도 없사옵니다. 따라서 크로이소스 전하, 인간이란 전적으로 우연의 산물이옵니다.(후략)"


119장, 하르파고스의 아들을 요리하여 먹게 한 메디아의 왕 아스튀아게스


199장 바빌론인들의 관습 가운데 가장 수치스런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 나라에 사는 여자라면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아프로디테의 신전에 가서 그곳에 앉아 있다가 낯선 남자와 교합해야 한다. 돈이 많은 자존심 강한 여자들은 그곳에서 다른 여자들과 섞여 있는 것을 꺼려 덮개 달린 마차를 타고 신전으로 가서 수많은 하인들에 둘러싸인 채 기다린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자들은 노끈으로 만든 띠를 머리에 두르고 아프로디테의 성역 안에 앉아 있는다. 나고 드는 여자들로 그곳은 몹시 붐빈다. 북새통을 이루는 여자들 사이로 직선 통로가 사방으로 나 있어, 낯선 남자들이 그 통로를 지나가며 여자를 고른다. 여자가 일단 그곳에 자리잡고 앉으면, 낯선 남자들 가운데 한 명이 그녀의 무릎에 은화 한 닢을 던져주고 신전 밖에서 그녀와 교합하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은화를 던지는 남자는 "뮐릿타 여신께서 그대를 축복해주시기를!"이라고 말해야 한다. 앗쉬리아인들은 아프로디테를 '뮐릿타'라고 부른다. 액수는 아무래도 좋다. 일단 던진 돈은 신성한 돈이라 거절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여자는 자신에게 돈을 던진 첫 번째 남자를 따라가야 하며 절대로 거절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일단 교합하고 나면 여신에 대한 의무를 이행한 것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그 이후로는 그가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그녀를 차지할 수 없다. 잘생기고 키가 큰 여자들은 금세 돌아가지만, 못생긴 여자들은 의무를 다할 수 없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실제로 3, 4년을 기다리는 여자들도 더러 있다. 


제2권 78장, 저녁 식사 후 개최되는 아이귑토스의 부자들의 연회에서는 한 남자가 나무로 시신처럼 보이게 만든 것을 관에 넣고 방 안을 도는데, 실감 나게 색칠하고 조각한 이 시신은 길이가 1내지 2페퀴스쯤 된다. 그 남자는 연회에 참석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그것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것을 보시며 즐겁게 마시세요. 당신도 죽으면 이렇게 될 테니까요." 아이귑토스(이집트)인들은 연회 때 그렇게 한다.


제3권 14장, 캄뷔세스는 멤피스 성을 함락하고 10일째 되던 날, 왕이 된 지 6개월밖에 안 되는 아이귑토스 왕 프삼메니토스를 다른 아이귑토스인들과 함께 성문 밖에 앉히고 일부러 모욕함으로써 그의 정신력을 시험해보았다. 그는 프삼메니토스의 딸에게 노예의 옷을 입힌 후 물동이로 밖에서 물을 길어 오게 했다. 그는 또 아이귑토스 귀족들의 딸들도 공주와 같은 옷을 입고 공주와 함께 가게 했다. 소녀들이 울며불며 아버지들 옆을 지나가자 자식들이 치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들도 덩달아 울고불고 했다. 그러나 프삼메니토스는 소녀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물동이를 든 소녀들이 지나가자, 캄뷔세스는 왕의 아들을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귑토스인 2000명과 함께 밖으로 내보냈는데, 그들의 목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함선을 타고 멤피스에 갔다가 살해된 뮈틸레네인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는 그들을 끌고 가게 했던 것이다. 한 명당 아이귑토스의 귀족 10명이 죽도록 왕실의 판관들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프삼메니토스는 젊은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자기 아들이 죽음의 행렬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아이귑토스 인들은 울고불고 야단이었지만 그는 딸을 보았을 때와 같은 행동을 보여주었다. 행렬이 모두 지나갔을 때, 한 중늙은이가 우연히 아마시스의 아들 프삼메니토스와 교외에 앉아 있던 다른 아이귑토스인들 옆을 지나갔다. 그는 왕의 술친구 중 한 명이었으나 재산을 모두 잃고 알거지가 되어 병사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프삼메니토스는 그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고 옛 친구 이름을 부르며 괴로워 자신의 머리를 쳤다. 그곳에는 파수병들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행렬이 지나갈 때마다 프삼메니토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캄뷔세스에게 보고했다. 그래서 캄뷔세스는 프삼메니토스의 행동을 보고받고 깜짝 놀라 사자를 보내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묻게 했다. "프삼메니토스여, 그대의 주인이신 캄뷔세스께서는, 딸이 굴욕을 당하고 아들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도 비명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던 그대가 듣자 하니 그대와는 친인척도 아닌 거지에게 그토록 경의를 표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하셧소." 캄뷔세스의 이런 물음에 프삼메니토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퀴로스의 아드님이시여, 제 집안의 불행은 울고불고 하기에는 너무나 크옵니다. 하지만 제 친구의 고통은 울어줄 만하옵니다. 그는 부자요, 행운아였는데 노년의 문턱에서 거지로 전락하고 말았으니 말이옵니다." 아이귑토스인들에 따르면, 이 대답을 전해 들은 캄뷔세스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고, 크로이소스도, 그 자리에 있던 페르시아인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40-43장, 아마시스도 폴뤼크라테스의 운수가 흥성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그의 운수가 점점 더 흥성하자 아마시스는 다음과 같은 서찰을 사모스로 보냈다. "아마시스가 폴뤼크라테스에게 말합니다. 동맹을 맺은 친구가 번창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신들께서 시기심이 많으시다는 것을 알기에, 그대의 잇단 큰 행운을 지켜보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어떤 일은 성공하고 어떤 일은 실패하기를 바랍니다. 매사에 성공하는 것보다는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매사에 성공하는 사람치고 말로가 비참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내 말대로 그대의 행복에 맞서 이런 조처를 취하십시오. 그것을 잃게 되면 마음이 가장 아플, 그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그것을 다시는 인간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에다 던져버리십시오. 그런 뒤에도 그대에게 행운과 불행이 교체되지 않는다면, 내가 말씀드린 방법으로 계속 치유해보도록 하십시오!"

이 서찰을 읽은 폴뤼크라테스는 아마시스의 조언이 그럴듯하다고 여기고, 그가 가진 재물 중 잃어버리면 가장 마음 아플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차고 다니는 인장반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에메랄드를 박은 황금 인장반지로, 사모스 사람 텔레클레스의 아들 테오도로스의 작품이었다. 그는 이 인장반지를 던져버리기로 결심하고 오십노선 1척에 선원들을 배치한 다음, 자신도 올라 난바다로 나가도록 명령했다. 배가 섬에서 멀어지자 그는 인장반지를 뽑아 동승한 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궁전으로 돌아와 소중한 재물을 잃어버린 일을 슬퍼했다. 

그러고 나서 5, 6일쯤 뒤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한 어부가 크고 잘생긴 물고기를 잡게 되자, 폴뤼크라테스에게 선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궐문으로 가서 폴뤼크라테스를 만나 뵙고 싶다고 말했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물고기를 바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하, 비록 제가 제 손으로 빌어먹고 살지만 이 물고기를 잡고는 장터로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았사옵니다. 이 물고기는 이 나라를 다스리시는 전하께 합당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전하께 바치는 것이옵니다." 폴뤼크라테스는 어부가 하는 말이 마음에 들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러기를 잘했네. 자네의 선물도, 자네의 말도 고맙네. 그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자네를 식사에 초대하고 싶네." 어부는 식사 초대에 우쭐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사이 시종들이 물고기의 배를 가르자 물고기의 뱃속에서 폴뤼크라테스의 인장반지가 나왔다. 시종들은 인장반지를 보자 얼른 집어 들고 기뻐하며 폴뤼크라테스에게 가져가 그 경위를 보고했다. 폴뤼크라테스는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신의 뜻이라고 보고, 자기가 한 일과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모두 적은 서찰을 아이귑토스로 보냈다.

아마시스는 폴뤼크라테스가 보낸 서찰을 읽고,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정해진 운명에서 구할 수 없으며, 던져버린 것도 다시 찾을 만큼 매사에 운 좋은 폴뤼크라테스는 좋지 못한 최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사모스로 사절을 보내 그와의 우호 동맹을 파기했다. 그가 그렇게 한 것은, 폴뤼크라테스가 끔찍한 재앙을 당할 때 친구인 그로 말미암아 마음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제5권 4장, 트라우소이족의 관습은 다른 트라케 부족들과 대동소이하지만 사람이 태어나거나 죽었을 때에는 다음과 같이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친척들이 둘러앉아 아이가 일단 태어난 이상 고통을 참고 견디지 않을 수 없다고 비통해하며 인간의 온갖 고통을 열거한다. 반면 사람이 죽으면 이제 온갖 고통에서 해방되어 완전한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희희낙락 떠들며 묻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