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한 권의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koala초코 2014. 11. 7. 10:53

간질간질하지만 아름다운 제목에 혹해 책을 편다. 세 장으로 나눠진 책에서 첫 장 '비상의 죄' 첫 문장에서 우리는 당황한다.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읽어갈수록 당황은 커져만 간다.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 그것은 '기구'와 '사진', 세계 최초로 항공 사진을 찍은 펠릭스 투르나숑, 간단한 이름 나다르였다. 기구를 타고 상승하길 열망한 미치광이들의 짧은 역사가 지나가고 이야기는 하늘에서 평지로 하강한다. '평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인간이고, 인간은 사랑을 한다.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는 세상이 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에 타오를지도 모른다. 혹은 타올라서 추락하거나. 그러나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 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각각의 개채였을 때보다 더 위대하다. 함께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52쪽)

 

하늘과 대지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하는 것은 작가 줄리안 반스가 세 번째 장에서 지하로 내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이야기하기 전, 고통의 크기를 강조하기 위한 전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환희와 동일하다. 그 기쁨을 나는 잃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지하의 세계로 끌려들어갔다. 우리는 오르페우스처럼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그렇게 세 번째 장 '깊이의 상실'은 지하 깊숙한 곳에서 음울한 목소리로 시작된다.

 

우리는 평지에, 편편한 면 위에 발을 딛고 산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열망한다. 땅의 자식인 우리는 때로 신 못지않게 멀리 가 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예술로, 누군가는 종교로 날아오른다. 대개의 경우는 사랑으로 날아오른다. 그러나 날아오를 때, 우리는 추락할 수 있다. 푹신한 착륙지는 결코 많지 않다. 우리는 다리를 부러뜨리기에 충분한 힘에 의해 바닥에서 이리저리 튕기다가 외국의 어느 철로를 향해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 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61쪽)

 

어제 있었던 것이 오늘 없다. 짧은 문장이지만 우리는 버틸 수 없다. 사랑하는 아내를 37일 만에 잃는다는 것, 그 고통을 우리는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문장을 읽으며 추측할 뿐이다. 세 번째 장의 목소리에 피가 흐른다. (세상을)뜨다pass란 표현에 분노하고(뜨긴 뭘 뜬단 말인가, 자리를 뜬다는 건가, 한 술 뜬다는 건가)(117쪽)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하나 둘 삭제한다. 그녀를 뒤따르기 위해 점찍어 둔 다리 위를 매일 지나간다. 그렇게 지극한 고통의 끝에, 내뱉어지는 한 문장, '고통은 당신이 아직 잊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이다.'(188쪽) 고통을 피하려 에둘러 표현하고, 죽은 이를 말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는 행위들은 오히려 깊이가 없어 의미가 없다. 우리는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를 영원히 잃어본 적 없는 내가?

책의 끝에 선 작가의 깨달음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