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한 권의 책

멀고도 가까운 그것을 향해

koala초코 2018. 5. 5. 23:14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반비, 2016

 

13,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이다. 이야기는 나침반이고 건축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길을 찾고, 성전과 감옥을 지어 올린다. 이야기 없이 지내는 북극의 툰드라나 얼음뿐인 바다처럼 사방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당신이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혹은 그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하나의 장소가 하나의 이야기이며, 이야기는 지형을 이루고, 감정이입은 안에서 상상하는 행위이다. 감정이입은 이야기꾼의 재능이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방법이다. 심장마비로 말을 잃어버린 노인, 처형인 앞에 젊은이, 국경을 넘는 여인, 롤러코스터를 타는 어린이처럼, 오직 책에서만 접해 사람이 되어 보는 혹은 나와 침대에 나란히 누운 사람이 되어 본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다른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한눈에 들어온 책을 같이 골랐다. 권을 빌렸고 책을 가장 먼저 읽었다. 문단부터 빠져버렸다. 내가 생각해 '이야기' 정의와 맞아 떨어지는 지점에서 나는 작가에게 감정이입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살구와 함께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가 작가에게 찾아오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질투하고, 어머니의 이야기에 딸을 가두려 했다. '술탄에게 죽임당한 숫처녀들은 술탄의 이야기 안에 있었다.'(15) 이야기에 갇힌 순간 우리의 목숨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버린다. 작가는 셰에라자드와 같이 책을 씀으로써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열었다'(같은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아이슬란드가 엮이고, 끊임없이 무언가 되어가려 게바라의 이야기가 싯다르타와 하나의 실로 엮인다. ' 잣는 이는 형태가 없는 것에서 형태를, 조각들로부터 연속된 것을, 흩어진 사건들에서 서사와 의미를 만들어 내는데, 왜냐하면 이야기꾼은 또한 실을 잣는 , 혹은 천을 만드는 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굽이굽이 흐르며 우리들 각각을 서로에게 이어 주고, 목적과 의미, 우리가 반드시 가야만 하는 어떤 길처럼 보이는 그곳으로 이어 준다.'(195)

 

가장 나를 매료시킨 이야기는 챕터 중간에 삽입되어 조각씩 이어지는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시는 나방이었다.

 

-371,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시는 나방. 계속 자고 있는 새는 무심하게 자신을 내어 주고, 배를 채운 나방은 날아간다. 우리는 슬픔을 먹고 살고, 이야기를 먹고 산다. 이야기가 열어 주는 널찍한 공간에서 우리는 한계를 넘어 상상력을 여행한다. 이야기가 우리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불완전하고 조각난, 미완의 자아의 가능성을 넓혀 보라고 재촉한다.

 

끊임없이 이야기하라. 나의 이야기를 쓰고, 읽고,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100)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고, 그건 이야기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구원한다.

 

-85, 자아라는 역시 만들어지는 , 당신의 삶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자, 모든 이로 하여금 예술가가 되게 하는 어떤 작업이다. 무언가 되어 가는 끝없는 과정은 당신이 종말을 맞이할 비로소 끝나며, 심지어 후에도 과정의 결과는 계속 살아남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만들어 가고, 과정에서 우리는 자아라는 작은 우주와 자아가 반향을 일으키는 세계의 작은 신이 된다.

 

그리하여 나는 계속해서 것이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