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소설의 그림자

카렐 차페크의 도룡뇽과의 전쟁

koala초코 2011. 4. 2. 14:13

이 작품의 핵심은 판타지가 아니다. 판타지는 누구라도 원한다면 대가 없이 덤으로 줄 수 있지만,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현실'이다. 현실에 무관심한 문학이나, 세계의 현 상황을 말과 생각이 가지는 힘만큼 열정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문학은 나의 것이 아니다.

-서문 중에서...

 제목은 [도롱뇽과의 전쟁]이지만, 사실 도롱뇽과 전쟁에 돌입하게 되는 사건은 책의 후반부에 가서야 간략하게 다뤄진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은 어떻게 도롱뇽이 인간 세계의 일부가 되어 가는지를 각종 신문, 논문, 에세이, 선언문 등의 다양한 장르의 글로 신명나게 묘사한 <문명의 사다리를 오르다>이다.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말도 할 줄 알며 부지런히 일할 줄 아는 도롱뇽의 노동력을 마음껏 착취했고, 그 결과 도롱뇽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서 대륙을 바다로 침몰시키며 인간을 수장시키기에 이른다. 누구의 잘못인가? 도롱뇽의 탓으로 돌려야 할 문제인가? 애초에 도롱뇽을 물 밖의 세계에 끌어들인 인간이 자초한 일 아닌가?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도롱뇽에 대한 황당무계한 인류멸망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은 도롱뇽을 통해 가차없이 발가벗겨진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를 고찰한 연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