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la초코 2011. 5. 19. 14:29
 시작은 [정여울의 시네마 다이어리]-여기서 다룬 영화 중 <순수의 시대>가 있었다. 영화를 먼저 본 뒤 흥미로워진 나는 이디스 워튼의 원작까지 찾아 읽었다. 반해버렸다.
 영화에서 시간상 생략한 부분,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부분들을 섬세한 글로 읽고 나니 이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내게 다가왔다.
 아름답도록 슬픈 이야기이다.

p49 현실적으로 그들은 모두 비밀 문자의 세계에 살았다. 현실은 어떤 말이나 행동, 심지어 생각에도 반영되지 않고, 오직 자의적 신호들의 체계로 표현되었다.

p79 "뉴욕은 그렇게나 미로인가요? 나는 그냥 곧게 뻗은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5번 대로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과 교차하는 무수한 다른 길들처럼요!"그녀는 희미한 반감을 감지한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온 얼굴에 매혹을 뿌리는 보기 드문 미소를 띠고 덧붙였다. "나는 그런 게 좋아요. 곧게 뻗은 것 말이에요. 그리고 모든 것에 정직한 이름이 달렸으면 좋겠어요!"
 그는 기회를 잡았다. "사물들의 이름은 제대로 달렸습니다. 사람들이 안 그렇죠."

p234 "당신에게 너무 가혹한 인생이에요!" 그가 한숨을 토했다.
"하지만 당신 인생의 일부가 된다면 상관없어요."
"그리고 내 인생이 당신 인생의 일부가 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인가요, 우리 두 사람에게?"
"그게 전부 아닌가요?"

p274 "뭐라고 말하건 간에 당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봐요."
"아, 그래야 했어요. 고르곤을 쳐다봐야 했어요."
"그러고도 눈이 멀지 않았군요! 고르곤 또한 다른 마귀들하고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을 거예요."
"고르곤을 본다고 눈이 멀지는 않아요. 대신 눈물이 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