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소설의 그림자

존 파울즈의 마법사

koala초코 2011. 6. 4. 14:33
사실 이 소설의 복잡한 마법은, 이 한 마디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단순해진다.
(스포임) "왜 그들은 그 한 명을 위해 이 모든 걸 꾸며냈단 말인가?"
하지만 소설에서 명확한 의미를 찾아내려는 사람보다 더한 멍청이는 없다.


상권

p168 "그건 내가 우연에 대해 말한 것과 관계가 있소.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 같은 시간이 찾아오는 법이오. 그런 순간이 오면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만 하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늘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하는 것이오. 당신은 이것을 알기에는 너무 젊소. 여전히 뭔가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 어떤 존재인 것이 아니라."
"아마 그럴 수도 있겠죠."
"아마가 아니라 확실한 얘기요."
"만일 그 전환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을 이미 겪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 속의 고요와 아테네행 기선의 기적 소리, 그리고 엽총의 시커먼 총구 등에서.

하권

p1021 "넷째, 어느 날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했어. 남자와 여자에 대해. 남자는 사물을 대상으로 보지만, 여자는 사물을 관계로 본다고. 좋아. 당신은 늘 그것을 볼 수 있었어...그게 뭐든....우리 사이에서 우리를 묶어 주는 것을. 하지만 나는 보지 못했어.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야. 내가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는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