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소설의 그림자
밤은 노래한다와 상관없는 밤은 노래한다
koala초코
2008. 10. 28. 11:28
이 글은 <밤은 노래한다>를 읽은 뒤 쓰는, <밤은 노래한다>와 관련이 없는 글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조용히 공부만 한 대가로 들어온 안정적인 학과였다. 입학하고 1년 동안은 학교에서, 과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고 학생회 활동도 참 열심히 했다. 이거야말로 내가 생각하던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알고 안주해온 세계, 익숙한 그 세계가 일순 무너져 내렸다. 고등학교까지는 하라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까지 말 잘 들으면 즐거운 대학생활이 주어졌다. 선배가 되는 순간, 내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내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이동하는 그 순간, 내가 알단 세계는 무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43p. 그러니까 정희가 내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서신. 그 한 장의 편지로 인해서 그때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움직이던 내 삶은 큰 소리를 내면서 부서졌다. 그때까지 내가 살고 있었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그처럼 간단하게 무너져 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이 세계가 낮과 밤, 빛과 어둠, 진실과 거짓, 고귀함과 하찮음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나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게 부끄러워서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꼭 김해연처럼 무섭고 슬프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아니더라도, 회색빛의 일상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도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세계가 뒤바뀌는 순간이 다가온다. 아니, 세계는 냉혹한 그대로 서 있다. 내가 변한 거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보호의 벽을 뚫고 일순 트이면서 모든 것이 변한 거였다. 노력한다고 원하는 것을 순순히 주지 않는 세계, 열정만으로 올바르게 바뀌지 않는 세계,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세계. 학생회 활동에 실망하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내가 자신 있게 선택한 학과에 의심이 들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세계는 선심쓰듯 내게 우울증을 안겨주었다. 세계가 무너진 이후 더 이상 방 바깥의 세계에서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60p. 행복은 자신이 속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슬픔의 냄새는 그 세계 바깥에서 번져 나온다. 행복하기만 하다면 삶은 거짓이라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냄새만은 견딜 수 없었다.
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그전에, 난 누구일까?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왜 난 이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대로 책을 읽는 일뿐이었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고 내 꿈은 무엇이고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노트에 적어내려갔다.
247p.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나는 누군가 내 갈 길을 알려주고 보호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딱 한번, 중학교때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읽었던 그 순간, 이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실 하나를 깨달았던 그 순간 내 어딘가가 변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때는 아련한 느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상처로 벌어진 틈새를 독서로 매꿔가며 버텨온 지난 시간들, <밤은 노래한다>를 읽다가, 그것도 작가 후기를 읽다가, 갑작스럽게 눈물이 쏟아져 펑펑 울었다.
많은 사람들의 열망 때문이든 아니든,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아닐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결국 우리는 어제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 그게 중요한 것이다. 반드시 복수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내 눈앞에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이게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라면.
스물 조금 넘긴 나이로, 그렇게 간절히 열망하지도 않았으면서, 이 세계가 아름답다고만 안심하고는,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바랐던 나. 어렴풋이 -인 것 같다고만 하고 -이다! 고 강렬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니, 그 벌을 이제야 받은 것이다. 냉정한 세계 아래, 그래도 어제와는 다른 세계를 바라며, 어제와는 달라질 나를 바라며, 조금씩이나마 달라지기를 바라며, 살아가야지 않겠는가. 조금씩 변해가다 보면, 조금씩 나를 찾아가다보면,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답을 내려주리라. <밤은 노래한다>를 다 읽은 그 순간, 지금까지 받았던 고통들이 더 이상 아무렇지 않았다. 그 모든 고통들도, 혼란의 순간들도 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들이었으니까.
126p. 지금 여기 내게 없는 것들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나와 함께 있는 것이리라.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가 존재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빛도, 어둠도 아니면서 동시에 빛과 어둠인 세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이 한 마디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이제 조용히 <밤은 노래한다>를 읽은 뒤 <밤은 노래한다>와는 별 관련이 없는 글을 쓰는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조용히 공부만 한 대가로 들어온 안정적인 학과였다. 입학하고 1년 동안은 학교에서, 과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고 학생회 활동도 참 열심히 했다. 이거야말로 내가 생각하던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알고 안주해온 세계, 익숙한 그 세계가 일순 무너져 내렸다. 고등학교까지는 하라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까지 말 잘 들으면 즐거운 대학생활이 주어졌다. 선배가 되는 순간, 내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내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이동하는 그 순간, 내가 알단 세계는 무참하게 부서져 내렸다.
43p. 그러니까 정희가 내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서신. 그 한 장의 편지로 인해서 그때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움직이던 내 삶은 큰 소리를 내면서 부서졌다. 그때까지 내가 살고 있었고, 그게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계가 그처럼 간단하게 무너져 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건 이 세계가 낮과 밤, 빛과 어둠, 진실과 거짓, 고귀함과 하찮음 등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그때까지 나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게 부끄러워서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꼭 김해연처럼 무섭고 슬프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아니더라도, 회색빛의 일상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도 손바닥 뒤집듯 간단히 세계가 뒤바뀌는 순간이 다가온다. 아니, 세계는 냉혹한 그대로 서 있다. 내가 변한 거였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보호의 벽을 뚫고 일순 트이면서 모든 것이 변한 거였다. 노력한다고 원하는 것을 순순히 주지 않는 세계, 열정만으로 올바르게 바뀌지 않는 세계, 아무리 이야기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세계. 학생회 활동에 실망하고, 사람에게 실망하고, 내가 자신 있게 선택한 학과에 의심이 들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세계는 선심쓰듯 내게 우울증을 안겨주었다. 세계가 무너진 이후 더 이상 방 바깥의 세계에서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60p. 행복은 자신이 속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슬픔의 냄새는 그 세계 바깥에서 번져 나온다. 행복하기만 하다면 삶은 거짓이라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냄새만은 견딜 수 없었다.
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그전에, 난 누구일까?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왜 난 이곳에서 안정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대로 책을 읽는 일뿐이었다. 끊임없이 나는 누구고 내 꿈은 무엇이고 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노트에 적어내려갔다.
247p.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나는 누군가 내 갈 길을 알려주고 보호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딱 한번, 중학교때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읽었던 그 순간, 이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진실 하나를 깨달았던 그 순간 내 어딘가가 변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때는 아련한 느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 수많은 상처로 벌어진 틈새를 독서로 매꿔가며 버텨온 지난 시간들, <밤은 노래한다>를 읽다가, 그것도 작가 후기를 읽다가, 갑작스럽게 눈물이 쏟아져 펑펑 울었다.
많은 사람들의 열망 때문이든 아니든,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아닐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결국 우리는 어제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 그게 중요한 것이다. 반드시 복수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내 눈앞에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이게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라면.
스물 조금 넘긴 나이로, 그렇게 간절히 열망하지도 않았으면서, 이 세계가 아름답다고만 안심하고는, 바라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기를 바랐던 나. 어렴풋이 -인 것 같다고만 하고 -이다! 고 강렬하게 살아오지 않았으니, 그 벌을 이제야 받은 것이다. 냉정한 세계 아래, 그래도 어제와는 다른 세계를 바라며, 어제와는 달라질 나를 바라며, 조금씩이나마 달라지기를 바라며, 살아가야지 않겠는가. 조금씩 변해가다 보면, 조금씩 나를 찾아가다보면,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답을 내려주리라. <밤은 노래한다>를 다 읽은 그 순간, 지금까지 받았던 고통들이 더 이상 아무렇지 않았다. 그 모든 고통들도, 혼란의 순간들도 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들이었으니까.
126p. 지금 여기 내게 없는 것들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나와 함께 있는 것이리라.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가 존재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빛도, 어둠도 아니면서 동시에 빛과 어둠인 세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내일은 또 오늘과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이 한 마디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이제 조용히 <밤은 노래한다>를 읽은 뒤 <밤은 노래한다>와는 별 관련이 없는 글을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