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ala초코 2008. 8. 2. 23:10
 우리가 사는 방은 네모나고 밥상은 둥글다. 햇빛은 따뜻하고 얼음은 차갑다. 나는 크고 우일이는 작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단단하거나 물렁물렁하거나 희거나 검거나 빨갛거나 노랗거나........낮은 밝고 밤은 어둡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의 불분명하고 모호한 어스름,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며 밀려와 가슴을 꽉 막히게, 안타깝게 하는 그 무엇에 이름붙일 수 없는 것처럼 그때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사이를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73)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200쪽도 채 안 되는 이 소설에 대해서. 가슴을 꽉 막히게 하는 그 무엇에 자꾸만 걸려 생각이 더 나아가질 않는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름다운 소설, 슬픈 이야기, 안타까운 우미와 우일이. 그저 '슬프고 아름다웠어요'밖에 덧붙일 말이 떠오르지 않는 소설. 낮에서 밤이 되기 전, 황혼에 너무 오래 방치되어 일찍 늙어버린 아이들. 누가 그들을 아침 햇빛이 아닌 저녁 노을만을 바라보게 만들었을까? 도망간 엄마? 도망가도록 엄마를 때린 아빠? 이들을 동정하면서도 진실하진 않은 다른 어른들? 소설에서 우미와 우일이 이외의 다른 아이들은 희미하기만 하다. 이 주인공들이 아이다움을 잃어간다는 의미일까. 이 세계에 우미, 그리고 우일이 단 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본인들도 본능적으로 안다. 그 모습에, 그들의 고독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슬펐다. 독자인 나도 한 명의 이방인일 뿐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어떤 걸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 새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어른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