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독서의 역사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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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독서의 역사에는 끝이 없다(458쪽). 독서가 대선배님이 읽어주는 독서의 역사는 개인적인 독서가들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이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보편적인 독서의 역사로 응집되다가, 다시 독자인 나만의 독서의 역사로 재조립된다. 그대가 지하철에서 맞은편의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서재를 간직하고 있는 독서가라면, 이 [독서의 역사]가 주는 감상은 특별하리라.
37쪽, "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아르헨티나의 작가인 에세키엘 마르티네스 에스트라다는 촌평했다. "이런 독서야말로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다." 보르헤스는 체계적인 도서 목록을 불신하고 그런 간통 같은 독서를 권장했다.
99쪽, 우리는 결코 똑같은 책으로, 아니면 똑같은 페이지로 되돌아갈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 다양한 빛에 싸여서 우리도 변하고 책도 변하고, 그리고 우리의 기억도 밝았다가 쇠해졌다가 또다시 밝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253쪽, 하지만 독서가들은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결국에는 책과 독서가가 하나가 된다. 하나의 책이랄 수 있는 이 세상은 이 세상이라는 텍스트에서 글자 한 자에 해당하는 독서가에 의해 게걸스레 먹힌다.
342쪽, 나는 책으로 흘러 넘치는 서가를, 다소 익숙한 이름이 꽂혀 있는 그런 서가를 보기를 즐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목록이랄 수 있는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나에게 넌지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또 거의 잊혀진 책 속에서 한때 그 책의 독자였던 나의 흔적을-갈겨쓴 글자나 끼워 놓은 버스표, 이상한 이름과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 책의 앞뒤 여백에 적힌 날짜나 어떤 장소, 이런 것들은 아주 오랜 옛날 어느 여름날의 머나먼 호텔방이나 어느 카페로 나를 데려다 주는데-발견하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