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문학공부센터

밀란 쿤데라의 커튼

koala초코 2010. 3. 17. 13:11

찢어진 커튼

전설들로 짜인 마법 커튼이 세상 앞에 걸려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떠나보내면서 그 커튼을 찢었다. 아무런 장식 없는 희극적 산문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기사 앞에 세상이 활짝 열렸다.
 첫 만남을 위해 서둘러 가기 전에 단장을 하는 여자와 같이, 세상은, 우리가 막 태어나는 순간 우리에게 달려온 그 세상은 단장을 마친 상태, 가면을 쓴 상태, 선해석이 가해진 상태다. 오로지 순응주의자들만이 이 세상에 잘 속는 것은 아니니라. 여하간 반역을 꾀하는 존재들, 즉 모든 것에 그리고 모두에게 너무도 반기를 들고 싶어 하는 존재들은 세상의 어떠한 부분에 순응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저항할 만해 보이는 해석된(선해석이 가해진)것에 대해서만 분노할 것이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 유명한 그림은 들라크루아가 선해석의 커튼에 있는 장면을 그대로 배낀 것이다. 바리케이트 위에서 한 젊은 여자가 심각한 얼굴로 가슴을 드러내 놓고 겁을 주고 있다. 그 여자 옆에는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쥔 코흘리개가 있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이 그림이 명화의 대열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진부한 그렇고 그런 산문과 낡아 빠진 상징으로 유명세를 얻은 소설은 소설사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세르반테스가 새로운 소설 기법을 개척했던 것은 바로 선해석의 커튼을 찢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이 파괴적 행위는 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소설이라면 그 어느 것에서나 반영되고 이어진다. 이것은 소설이란 예술임을 증명하는 표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