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독서/한 권의 책

박민영의 즐거움의 가치 사전

koala초코 2010. 11. 11. 13:37
14p 연인들은 흔히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완전히'사랑에 빠지는 경우란 없다.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리면 "사랑은 신앙의 작용이며, 신앙을 갖지 못한 자는 사랑하지 못한다."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없으면 사랑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랑의 실체는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에 있다. 의식적 존재인 인간은 사랑도 의식적으로 한다. 겉보기에 사랑의 기쁨은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사랑의 기쁨은 라 로슈푸코의 말처럼 "상대방이 일으키는 정열보다 자신이 느끼는 정열"에서 나온다. 사랑의 샘물을 펌프질해서 길어 올리는 것도 자신이고, 그 물에 젖는 것도 자신이라는 말이다.

137p 진정으로 강한 것은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143p 인간은 행복을 바라며 부와 권력 획득에 몰두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로 인해 현재의 행복을 놓칠 수 있다. 파스칼은 이렇게 조언했다. "각자 자기 생각을 살펴보라. 우리 생각이 온통 과거 또는 미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는 거의 현재를 생각하지 않는다. 혹 생각한다면 미래를 사용하기 위한 빛을 그것에서 빌려오기 위해서일 뿐이다. 현재는 결코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는 우리의 수단이고 단지 미래만이 우리의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항상 행복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불가피하다."

308p 교육은 학생들이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은 이성의 도약이 아니라 이성의 퇴보에 일조할 뿐이다. 독립적인 지성이란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 감각, 사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정, 감각, 사고를 만들어낸 그 배경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지성인이다.

348p 역사적으로 등장한 신들은 모두 인간의 신이었지, 신의 신은 아니었다. 종교가 인간이 발전하는 정도만큼만 발전해왔다는 점은 인간이 종교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인간에게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포이어바흐는 독실한 종교인들이 듣기에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 종교는 충족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이 외부로 투영된 환상이다. 종교는 인간 자신에 대한 인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신학의 비밀은 바로 '인간학'이다."

352p 인간이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이 소설적인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월터 리프먼은 "인간에게 허구는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에 진실로 여겨진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영웅의 이야기를 감명깊게 읽은 사람이 주인공을 모방하려 하고 또 모방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본래 허구적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모든 사람은 자신과 자신의 생활을 어느 정도 소설화하며, 소설화된 허영에 의해 삶의 열정을 생산한다. 이러한 인간의 존재적 특성으로 인해 일생을 위장으로 일관한 사람의 경우, 그의 본성과 가성을 구별하기란 불가능하다. 의식적 존재인 인간은 자신을 속일 수 있으며, 오래 자신을 속이면 그 속인 자신이 자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