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코알라
독 만드는 공장의 공원들은
koala초코
2011. 6. 25. 14:38
내 좌심방과 우심실 사이, 독 만드는 공장의 공원들 모두에게는
음독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약조도 받았다
독이 어디로 팔려나가는지
수출되는지 내수용인지 공원들은 알지 못한다
아주 늦은 밤 검은 개가 짖고 큰 차가 오고
셔터소리 두 번 들리면 독이 든 상자는 밤이 조금만 더 잠잠해지길 기다린다
공장에는 실험용 흰쥐 수백 마리가 살기도 한다
실험으로 죽은 쥐들의 혀에서 주사기로 감정을 빼내 만들어진 독은 개별 포장되기도 한다
공원들의 하루 목표량은 독 30밀리그램으로
하루 아홉 시간 동안 어둔 창살 안에서 만들어지는 양이라 한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독은 독으로서가 아니라
식용으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공원들도 대표도 모른다
하지만 눈이 사시인 생산직 소년의 귀띔에 따르면
아주 미량의 독은 슬퍼지는 데 쓰이기도 한다고 한다
[바람의 사생활] 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