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아래 숨겨진 것은
나는 종종 공포영화, 그중에서도 고어 물을 즐겨 본다. 목과 팔다리가 잘리고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낭자한. 볼 때마다 나는 신기하다. 익숙한 우리의 피부를 단 한 겹만 벗기면 드러나는 낯선 풍경, 혈관과 근육과 뼈들, 내장들, 그것은 나인데 내가 아니다. 내 아래 존재하는 세계지만 우리는 그 세계와 마주한 순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힐러리 맨틀의 단편집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이것이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기는 이 세계란 얼마나 위태로운가, 피부와도 같은 연약한 껍질에 간신히 유지되고 있을 뿐인데. 읽으면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단편 와 의 태연하고도 잔인한 문장들, 65쪽, 메리는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운명, 그러니까 두들겨 맞고, 몸이 뒤틀리고, 가죽이 벗겨지는 운명들을 지루하게 곱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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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독서연대기
1-2.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3. 201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 4. 소설가의 일, 김연수(2) 5.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피어시그 6. 토우의 집, 권여선 7. 작가란 무엇인가_3, 파리 리뷰 인터뷰 8. 나 아닌 다른 삶, 엠마뉘엘 카레르 9. 작가란 무엇인가_2, 파리 리뷰 인터뷰 10. 기적의 세기, 캐런 톰슨 워커 11. 헬스의 정석, 수피 12. 채식주의자, 한강 13.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알프레드 되블린 14.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2) 15-16. 한 여인의 초상, 헨리 제임스 17. 2015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18.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시집 19.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 20.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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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57쪽, 이따금 한 동작 속에, 우리의 취향 속에, 우리 목소리의 음향 속에 깊이 박힌 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의 무의식적인 여러 종류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그것들은 바닷물이 빠질 때 썰물이 바다로 끌어갈 수 없었던 녹색 게의 작인 발들이나 조가비들의 파편이다. 80쪽, 우리는 묵상에 잠기지 못하고, 서로의 품안으로 달려들게 만드는 사랑 속으로-말없는, 마법에 걸린, 향내 나는, 가식 없는, 아연하게 만드는, 우리의 포옹들이 반쯤 열어놓은, 직접적인 의사 소통 속으로-잠겨들어가지 못하고, 너무나도 많은 말을 했을 뿐이다. 흐트러진 침대 위에서 벗은 몸으로 웅크린 채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어둠 속에서, 겨울이 끝나갈 무렵 난로의 붉은빛에 잠겨, 우리 자신에 관한 끝없는 말들이 우리를 고독으로 밀어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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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독서목록
1. 여름 거짓말(2013), 베른하르트 슐링크2. 등대로(2013/열린책들), 버지니아 울프3. 세월(2012/비채), 마이클 커닝햄4.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2014), 문학동네5. 여름의 맛(2013), 하성란6-7. 괴테와의 대화(2008/민음사), 요한 페터 에커만8. 디어 라이프(2013), 앨리스 먼로9. 작가란 무엇인가(2014), 파리 리뷰 인터뷰110. 생명연습(2014/문학동네), 김승옥11.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2013), 푸른역사아카데미12.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2011), 노마 히데키13. 불멸(2010/민음사), 밀란 쿤데라14. 201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편혜영 외15. 체 게바라 만세(2014), 박정대 시집16.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2013),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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