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의 기원을 엿본 듯한 에세이 부분,
148p 기록된 역사 대부분은 어떤 식이든 거짓이라는 말이 유행인 건 나도 안다. 나는 역사가 대체로 부정확하고 편향된 것이라는 말을 기꺼이 믿는 쪽이다. 한데 우리 시대에 와서 특이한 점은, 역사가 진실하게 기록될 '수도'있다는 개념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치의 이론은 '진실'이란게 존재한다는 걸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학'이라는 것도 없다. '독일 과학', '유대인 과학'같은 것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고방식에는 '지도자'가, 또는 어떤 집권 세력이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도 통제하는 악몽 같은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함축되어 있다. '지도자'가 이러이러한 사건에 대해 '일어난 적 없다'고 말하면 그 사건은 일어난 적이 없는 게 되고, 그가 2더하기 2는 5라고 말하면 2더하기 2는 5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내게는 폭탄보다 훨씬 두렵다.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
1946년에 이런 글이! 오웰의 뛰어난 식견이 돋보인 에세이
246p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행락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 중 상당수는 의식을 파괴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인간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면 인간으로서 잘 산다는 것이 단순히 일을 하지 않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등 아래서 녹음된 음악만 듣고 사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에겐 온기가, 사회가, 여유가, 안락이, 안전이 필요하다. 또 고독도, 창조적인 직업도, 경이감도 필요하다. 그런 걸 알게 되면 인간은, 언제나 어떤 것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지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의 기준을 적용하여 과학과 산업화의 산물을 선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고의 행복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포커를 하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한꺼번에 하는 데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삶이 점점 더 기계화되는 현실에서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가, 옛것을 선호하는 감상적 취향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십분 정당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는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의 수많은 발명품들(특히 영화, 라디오, 비행기)은 인간의 의식을 약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며, 대체로 인간을 가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행락지>
그리고 그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267p 지금까지 내가 보여주고자 한 바와 같이, 오늘날 최악의 글쓰기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알맞은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이미 정리해놓은 긴 어군들을 이어붙이고 순전한 속임수로 그것을 받아들여질 만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정치와 영어>
300p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말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나는 왜 쓰는가>
148p 기록된 역사 대부분은 어떤 식이든 거짓이라는 말이 유행인 건 나도 안다. 나는 역사가 대체로 부정확하고 편향된 것이라는 말을 기꺼이 믿는 쪽이다. 한데 우리 시대에 와서 특이한 점은, 역사가 진실하게 기록될 '수도'있다는 개념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나치의 이론은 '진실'이란게 존재한다는 걸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학'이라는 것도 없다. '독일 과학', '유대인 과학'같은 것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고방식에는 '지도자'가, 또는 어떤 집권 세력이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도 통제하는 악몽 같은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함축되어 있다. '지도자'가 이러이러한 사건에 대해 '일어난 적 없다'고 말하면 그 사건은 일어난 적이 없는 게 되고, 그가 2더하기 2는 5라고 말하면 2더하기 2는 5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내게는 폭탄보다 훨씬 두렵다.
<스페인내전을 돌이켜본다>
1946년에 이런 글이! 오웰의 뛰어난 식견이 돋보인 에세이
246p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건,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행락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 중 상당수는 의식을 파괴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가, 인간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면 인간으로서 잘 산다는 것이 단순히 일을 하지 않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등 아래서 녹음된 음악만 듣고 사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인간에겐 온기가, 사회가, 여유가, 안락이, 안전이 필요하다. 또 고독도, 창조적인 직업도, 경이감도 필요하다. 그런 걸 알게 되면 인간은, 언제나 어떤 것이 자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지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의 기준을 적용하여 과학과 산업화의 산물을 선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지고의 행복이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포커를 하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나누는 것을 한꺼번에 하는 데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삶이 점점 더 기계화되는 현실에서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가, 옛것을 선호하는 감상적 취향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십분 정당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는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의 수많은 발명품들(특히 영화, 라디오, 비행기)은 인간의 의식을 약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며, 대체로 인간을 가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행락지>
그리고 그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267p 지금까지 내가 보여주고자 한 바와 같이, 오늘날 최악의 글쓰기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알맞은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이미 정리해놓은 긴 어군들을 이어붙이고 순전한 속임수로 그것을 받아들여질 만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정치와 영어>
300p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이고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말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
<나는 왜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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