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철학읽기와 철학으로 시 읽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훌륭한 교양서. 나는 이런 해설서가 너무 좋더라, 해답지를 보는 명쾌한 기분이 들게 해 주니까....ㅋ
39쪽, 예를 들어, 보들레르의 시에 나오는 '자연은 사원이다'라는 문장을 단어 그 자체로 해석하면 당연히 비문이 됩니다. 자연은 사원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은유 문장 안에 들어 있는 불일치 때문에 문장이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장을 은유적으로 보면, 자연은 사원처럼 '신성하다'는 의미가 새롭게 드러나지요. 그럼으로써 우리는 자연에 대한 일상적 의미를 뛰어넘어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됩니다.
리쾨르는 이를 두고 '은유는 일상 언어에서 드러나는 것과 다른 현실의 장을 발견하고 열어 밝혀주는 데 기여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다른 현실의 장을 열어 밝혀준다'라는 표현인데, 이것은 언어가 세계를 '열어 밝힌다ershlossen'라는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사유를 말만 바꿔 은유 이론에 적용한 것이지요.
은유의 힘은 바로 이 '열어 밝힘'에서 나옵니다. 시인은 은유를 통해 단순히 대상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현실의 장'을 열어 밝히지요. 그리고 그 열어 밝힘으로 드러나는 새로운 현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고결함, 참됨, 위대함, 선함, 정의로움, 새로움 등이 아름다운 아가씨를 정복하고, 일상과 세계의 진부함을 떨쳐내며,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습니다.
73쪽, 삶의 경험이 삶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삶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 이외에 우리의 삶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의 경험이 사랑에서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에서 '사랑으로 촘촘히 짜여진, 타자에게서 비롯된 시련이나 심오하고 진실된 온갖 경험'을 제외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28쪽,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너', '그대'라는 2인칭은 이처럼 매우 특별한 인칭입니다. 그것은 '관계의 인칭'이자 '기적의 인칭'이지요. 1인칭인 '나'가 3인칭인 '그'나 '그녀'와 어떤 관계를 맺을 때, 드디어 '너''그대'라는 2인칭이 기적과 같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2인칭이 우리를 서로에게 응답하고 배려하며 사랑하게 하지요. 또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아무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는 '존재물(사물)들의 세계'에서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자라는 '존재(존재의 의미)의 세계'로 변하게 하지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하루하루를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느끼며 살게끔 합니다. 인간에게는 이것만이, 오직 이것만이 기적이지요.
240쪽, 그러니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청소년과 젊은이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충고는 한결같이 '가치 있는 일부터 하라'라는 것입니다! 아무런 의식도 희망도 없이 무지몽매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서도 안 되고, 원초적 욕망에 매달려 이리저리 방황해서도 안 되며, 다른 사람들을 따라 살아서도 안 됩니다. 오직 주어진 상황에서 요구되는 가치 있는 일에 자기 자신을 과감히 던지라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젊음이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청춘이지요!
'평생문학공부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론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비평 이론의 모든 것 (0) | 2012.05.12 |
---|---|
정민의 한시 미학 산책 (0) | 2011.10.28 |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0) | 2011.08.28 |
32년생 젊은 소설가 에코의 고백 (0) | 2011.08.07 |
햄릿을 수사한다 (0) | 2011.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