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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문학공부센터

이론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비평 이론의 모든 것

43쪽, 지식은 우리가 지금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를 말해 주는 무엇이다. 지식은 우리가 우리 자신 및 주변 세계와 맺는 관계를 구성하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자신과 주변 세계를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렌즈가 바로 지식이기 때문이다. 렌즈를 바꿔 보면 보는 이와 보는 관점 모두 바뀌게 된다. 이러한 원리가 지식을 그토록 무서우면서도 해방적인 것으로, 그토록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더없이 즐거운 것으로 변모시킨다. 


 문학은 그저 읽고 쓰고 느끼고 감상하고 향유하는 존재가 아닌가요? 프로이트니 데리다니 푸코니 남근선망이 어떻고 소설의 구조가 무엇이고 비평이론은 이런 문학의 향유를 방해하는 적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요? 학창시절 시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의미를 받아적으면서, 대학시절 공허한 이론들의 나열에 지쳐가면서 느꼈던 비평 이론에 대한 반발심들. [비평 이론의 모든 것]의 저자 로이스 타이슨은 이런 문학에 매료된 이들이 한 번씩 가졌을 의문들을 책의 첫 장 '비평이론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한 것들'에서 명쾌하게 해소한다. 


31쪽,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록 문학작품에서도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즉,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말은 인간의 경험과 온갖 사상 세계를 더욱 폭넓고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뜻이며, 그렇게 되면 문학작품에 담긴 강렬한 밀도와 다채로운 짜임새, 의미의 미묘한 차이들을 한층 더 음미할 수 있다. 그 결과 예전에 좋아하던 작품들에 대한 흥미가 사라질 수 있지만, 거꾸로 새롭게 호감이 생기는 작품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론을 통해 내가 읽는 모든 것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그것을 즐기고 평가하는 능력도 더 향상되는 것이다.


 결국 문학 이론의 공부는 진정한 문학 향유 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말! 이 이상 명료한 설명이 어디 있을지? 중학교 시절 훌륭하신 국어 선생님을 만나 국어에 애정을 갖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이 책은 그런 훌륭한 문학 선생님의 역할을 더할나위없이 수행한다. 아니 이 책이 문학 선생님이다. 선생님 선생님 문학 이론을 왜 배워야 하나요, 질문 잘 했구나 그건 문학을 보는 눈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아하, 납득했다면 여기 이론서 목록을 보고 공부해 오거라. 우린 11개의 비평이론으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11번 읽을 거란다. 배운 이론으로 다른 작품을 해석하는 것도 좋고, 지적 성취감에 전율이 흘러요 선생님님님~


89쪽, 이를테면 삶에 어떠한 목적이나 의미도 없다는 기분이 들 때처럼, 또는 사회를 지배하는 종교나 어떤 종류의 규칙도 거짓말이거나 오류, 아니면 우연한 결과라는 의심이 들 때처럼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작동 양상을 간파하는 순간에,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만들어 온 것이 일련의 변함없는 가치가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실재의 차원을 경험한다. 이데올로기가 세계를 통째로 윤색하는 일종의 커튼과도 같다면, 실재는 바로 그 커튼 뒤에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커튼 뒤를 볼 수 없다. 그곳에 실재가 있다는 생각에 때때로 밀려드는 불안감을 제외하면, 우리는 실재와 관련하여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라캉이 그러한 경험을 실재의 외상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것이 두려운 까닭은 사회의 존재 근거 같은 의미가 있어야 할 자리(그런 의미를 만들어 내고 구성원들에게 제시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가 형성된다)에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실제의 외상은 다음과 같은 깨달음만을 줄 뿐이다. 즉, 사회가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 아래 숨겨진 현실이란 우리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종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 2장 정신분석 비평, 라캉의 이론이 매우 흥미로움, 우리나라에 번역서가 그리 많진 않은 듯...


307쪽, 따라서 주제는 인간 경험에 대한 해석이며, 위대한 텍스트들의 주제는 인간의 가치와 본질, 조건 등에 대한 일종의 해설 역할을 한다. 즉, 위대한 문학작품들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는(도덕적, 정서적) 의미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인간적이라고 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우리에게 중요한 내용들을 전해 준다. 그러한 주제들이 별로 내키지도 않고 그것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주제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신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유기적 통일성을 생산할 수 있도록 텍스트의 구성 요소들이 주제를 잘 확립시켰는지의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5장 신비평, 학교에서 시나 소설의 주제 찾기에 집착하던 문학 교육의 근원이 바로 신비평, 그래서 가장 익숙한 이론이기도 하다...


391쪽, 이와 같이 심리적 갈등과 이에 대처하는 전략으로 구성되는 어떤 양식을 홀랜드는 정체성 주제라고 부른다. 홀랜드에 따르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상황에 정체성 주제를 투사한다. 즉, 각자의 심리적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는 문학 텍스트를 읽을 때 자신의 정체성 주제를 그대로 또는 그것을 약간 변형시켜 텍스트에 투사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자기 마음속에 존재하는 세계를 텍스트를 읽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다양한 방법들로 되살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해석이란 우리가 텍스트에 투사한 두려움과 방어, 욕구, 욕망 등이 낳은 결과물이며, 지적 작업이라기보다는 주로 심리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해석은 텍스트의 의미를 드러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해석을 하나의 안목이라고 본다면, 해석은 언제나 독자의 심리를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6장 독자반응 비평, 난 예전부터 문학 감상문도 또 하나의 문학이라고 생각을 해 왔었다.


536쪽, 앞서 본 것처럼, 해체론은 우리 자신 및 세상에 대한 경험을 낳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언어라고 주장한다. 언어는 이데올로기들이 경쟁하는 불안정하고 불분명한 각축장이므로, 우리 자신도 이데올로기들이 경쟁하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안정된 정체성에 대한 자아상을 갖는데, 이는 사실 문화와 공모하여 만들어 낸 위안거리이자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 또한 스스로를 안정되고 일관된 것으로 인식하려 들지만, 실제로는 매우 불안정하고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이란 말은 우리가 하나의 단일한 자아로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하나의 정체성만을 갖진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수없이 갈등하는 믿음, 욕망, 두려움, 불안, 의도 등으로 구성되는 복합적이고 파편화된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해 가면서 문화 속 이데올로기 대립과 모순들을 언어를 통해 내면화하게 되는데, 이는 불투명하고 파편화된 언어가 생산하는 파편화된 경험을 거부하고 그 갈등과 모순들을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적합한 것'으로 변모시키는 법을 성장과정에서 저마다 찾아내기 때문이다.

- 8장 해체 비평, 우리가 쓰는 언어나 생산된 텍스트 이면에 숨겨진 '이데올로기'의 인식과 해부는 마르크스주의 비평, 여성주의 비평, 레즈비언 게이 퀴어 비평,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학비평, 탈식민주의 비평과도 상통하는 아주 중요한 이론의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