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0페이지에 걸쳐 지은이가 하는 딱 한 마디, 이 지구는 인간이 없어져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최소한 산아제한으로 출산율을 낮춰 인구 증가를 억제하여, 인간이 지금 지구에게 주고 있는 압력을 줄여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간단명료하지만, 이 얼마나 복잡미묘한 말인가. 그래도 실천 여부를 떠나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
2일 후 -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7일 후 -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디젤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소모된다.
1년 후 -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후 - 난방이 중단됨에 따라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가 수충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건물이 손상된다. 예컨대 벽과 지붕 사이의 이음매에 균열이 생긴다.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겨울을 한두 번 거치는 동안 멸종된다.
10년 후 - 지붕에 가로세로 18인치의 구멍이 나 있던 헛간이 허물어진다. 사람 없는 집은 대부분 50년, 목조가옥이라면 기껏해야 10년을 못 버틴다.
20년 후 -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한다. 파나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가 즐겨 먹던 일반적인 밭작물들의 맛이 지금 같지 않은 야생종으로, 그러니까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100년 후 -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는 코끼리들은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개체수가 스무 배로 늘어난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작은 포식자들은 인간이 남긴 생존력이 엄청나게 강한 고양이 등에 밀려 개체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300년 후 - 흙이 차오르면서 넘쳐흐르던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강 삼각주 유역에 세워진 미국의 휴스턴 같은 도시들은 물에 씻겨나가 버린다.
500년 후 - 온대지역의 경우 교외는 숲이 되어버리면서 개발업자나 농민들이 처음 보았을 때 모습을 닮아간다. 알루미늄으로 된 식기세척기 부속과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조리기구가 풀숲에 반쯤 덮인 채 있다. 그것들의 플라스틱 손잡이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여전히 멀쩡하다.
1천 년 후 - 뉴욕 시에 남아 있던 돌담들은 결국 빙하에 무너지고 만다. 인간이 남긴 인공구조물 가운데 이때까지 제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영불해협의 해저터널뿐일 것이다.
3만 5천 년 후 - 굴뚝산업 시대에 침전된 납이 마침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이에 비해 카드뮴은 완전히 씻겨나가기까지 7만 5천 년 세월이 걸린다.
10만 년 후 -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진다.(좀 더 걸릴 수도 있다)
25만 년 후 - 금속 케이스가 일찌감치 부식된 플루토늄 핵폭탄의 플루토늄 수준이 지구의 자연적인 배경복사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십~수백만 년 후 -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진화한다.
1억 20만 년 후 - 인류가 남긴 청동 조각품은 아직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30억 년 후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겠지만 갖가지 생명체가 여전히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다.
45억 년 후 - 미국에만 50만 톤 있는 열화우라늄-238이 반감기에 이른다. 태양이 팽창함에 따라 지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적어도 10억 년 동안은 지구 최초의 생물을 닮은 미생물이 다른 어느 생물체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50억 년 이후 -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다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버릴 것이다.
영원히 - 파편화된 것이긴 해도, 우리가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는 계속해서 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게 되면, 자연은 빠르게 인류의 유산을 삼키고 서서히 뻗어나간다.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지구의 시간은 흐른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오거나, 아니면 지구에 남아있던 유기체들 중에서 인간처럼 고도로 진화한 개체가 우리의 흔적을 발굴하고 연구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남아있을 인류의 유산으로 무엇이 있을까? 금이나 은 등의 귀금속? 플라스틱 병뚜껑? 핵폭탄? 미래의 지성체가 발굴한 검은 비닐봉지를 보며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추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가 공룡의 뼈와 발자국으로 모습을 그려보듯, 그들도 인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려내 보일 수도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인간 복원에 성공하여 다시 한 번 더 인류가 태어날 수도 있겠고.
써놓고 보니 꼭 한 편의 SF소설 같지만, 이 책은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논픽션'이다. '인간 없는 세상'이 아닌 '인간과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항상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
2일 후 - 뉴욕의 지하철역과 통로에 물이 들어차 통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7일 후 - 원자로 노심에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디젤 발전기의 비상연료 공급이 소모된다.
1년 후 - 무전 송수신탑의 경고등이 꺼지고 고압전선에 전류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고압전선에 부딪혀 매년 10억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게 된다.
3년 후 - 난방이 중단됨에 따라 몇 해의 겨울을 거치며 갖가지 배관들이 얼어터진다. 내부가 수충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건물이 손상된다. 예컨대 벽과 지붕 사이의 이음매에 균열이 생긴다. 도시의 따뜻한 환경에 살던 바퀴벌레들은 겨울을 한두 번 거치는 동안 멸종된다.
10년 후 - 지붕에 가로세로 18인치의 구멍이 나 있던 헛간이 허물어진다. 사람 없는 집은 대부분 50년, 목조가옥이라면 기껏해야 10년을 못 버틴다.
20년 후 - 고가도로를 지탱하던 강철기둥들이 물에 부식되면서 휘기 시작한다. 파나마운하가 막혀버리면서 남북 아메리카가 다시 합쳐진다. 우리가 즐겨 먹던 일반적인 밭작물들의 맛이 지금 같지 않은 야생종으로, 그러니까 인간의 입맛에 맞게 개량되기 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100년 후 - 지금 지구상에 남아 있는 코끼리들은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개체수가 스무 배로 늘어난다. 반면 너구리, 족제비, 여우 같은 작은 포식자들은 인간이 남긴 생존력이 엄청나게 강한 고양이 등에 밀려 개체수가 오히려 줄어든다.
300년 후 - 흙이 차오르면서 넘쳐흐르던 세계 곳곳의 댐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강 삼각주 유역에 세워진 미국의 휴스턴 같은 도시들은 물에 씻겨나가 버린다.
500년 후 - 온대지역의 경우 교외는 숲이 되어버리면서 개발업자나 농민들이 처음 보았을 때 모습을 닮아간다. 알루미늄으로 된 식기세척기 부속과 스테인리스스틸로 된 조리기구가 풀숲에 반쯤 덮인 채 있다. 그것들의 플라스틱 손잡이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여전히 멀쩡하다.
1천 년 후 - 뉴욕 시에 남아 있던 돌담들은 결국 빙하에 무너지고 만다. 인간이 남긴 인공구조물 가운데 이때까지 제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영불해협의 해저터널뿐일 것이다.
3만 5천 년 후 - 굴뚝산업 시대에 침전된 납이 마침내 토양에서 전부 씻겨나간다. 이에 비해 카드뮴은 완전히 씻겨나가기까지 7만 5천 년 세월이 걸린다.
10만 년 후 -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의 수준으로 떨어진다.(좀 더 걸릴 수도 있다)
25만 년 후 - 금속 케이스가 일찌감치 부식된 플루토늄 핵폭탄의 플루토늄 수준이 지구의 자연적인 배경복사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십~수백만 년 후 -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진화한다.
1억 20만 년 후 - 인류가 남긴 청동 조각품은 아직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30억 년 후 -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겠지만 갖가지 생명체가 여전히 지구상에 번성할 것이다.
45억 년 후 - 미국에만 50만 톤 있는 열화우라늄-238이 반감기에 이른다. 태양이 팽창함에 따라 지구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적어도 10억 년 동안은 지구 최초의 생물을 닮은 미생물이 다른 어느 생물체보다 오래 남을 것이다.
50억 년 이후 - 죽어가는 태양이 내행성들을 다 감싸면서 지구는 불타버릴 것이다.
영원히 - 파편화된 것이긴 해도, 우리가 남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 전파는 계속해서 외계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게 되면, 자연은 빠르게 인류의 유산을 삼키고 서서히 뻗어나간다. 우리가 사라지더라도 지구의 시간은 흐른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오거나, 아니면 지구에 남아있던 유기체들 중에서 인간처럼 고도로 진화한 개체가 우리의 흔적을 발굴하고 연구할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남아있을 인류의 유산으로 무엇이 있을까? 금이나 은 등의 귀금속? 플라스틱 병뚜껑? 핵폭탄? 미래의 지성체가 발굴한 검은 비닐봉지를 보며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추리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가 공룡의 뼈와 발자국으로 모습을 그려보듯, 그들도 인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려내 보일 수도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인간 복원에 성공하여 다시 한 번 더 인류가 태어날 수도 있겠고.
써놓고 보니 꼭 한 편의 SF소설 같지만, 이 책은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논픽션'이다. '인간 없는 세상'이 아닌 '인간과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책의 마지막 문장을 항상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없어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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