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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독서/소설의 그림자

캐치-22, 조지프 헬러 Cátch-22 변화형 : 때로 a Catch-22 【명사】 [불] (미·비격식) (모순된 규칙·상황 등에 얽매어) 꼼짝 못하는 상태(Catch-22 situation); 부조리한 상황, 딜레마. 포스트모더니즘, 부조리, 등등의 단어들이 작품소개에 들어있을 때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미치광이가 아니므로 제대할 수 없다'는 캐치-22의 부조리함. 어이가 없어 웃을 수 밖에 없는 전쟁의 무의미함과 부조리함을 이 작품은 부조리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조리하다. 작품 전반의 어투가 이렇다. 베베 꼬이고 엉키고 전통소설의 플롯이 아닌 복잡미묘한 반소설, 반전소설. 그냥, 읽다보면 @_@ 이렇게 되는 소설. 함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캐치-22였는데, 그 규칙은 긴박한.. 더보기
밤은 노래한다와 상관없는 밤은 노래한다 이 글은 를 읽은 뒤 쓰는, 와 관련이 없는 글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지 못한 채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조용히 공부만 한 대가로 들어온 안정적인 학과였다. 입학하고 1년 동안은 학교에서, 과에서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하고 학생회 활동도 참 열심히 했다. 이거야말로 내가 생각하던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알고 안주해온 세계, 익숙한 그 세계가 일순 무너져 내렸다. 고등학교까지는 하라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까지 말 잘 들으면 즐거운 대학생활이 주어졌다. 선배가 되는 순간, 내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내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이동하는.. 더보기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24) 달은 그것이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 견고해질 때쯤 한 번씩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달이 또 한 번 발작을 일으켰다. 달은 플라나리아처럼 두 개체로 분리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예상 못한 발작이었다. 달은 또 하나의 달을 복제해놓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떠 있었다. 139) 나는 여전히 악어, 혹은 지네가 나타나길 기다리지만, 플랫폼에서는 살아 잇는 것들을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러나 혹시 또 모를 일이다. 무료함이 축적되다보면 가끔은 일상도 발작 같은 것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외로움은 최고의 비아그라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작품 전반적으로 신인이기에 쓸 수 있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경쾌하고, 발랄하고, 신선하고, 유쾌하고, 대담하고, 등등. 그럼에도 작품은.. 더보기
오정희의 새 우리가 사는 방은 네모나고 밥상은 둥글다. 햇빛은 따뜻하고 얼음은 차갑다. 나는 크고 우일이는 작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단단하거나 물렁물렁하거나 희거나 검거나 빨갛거나 노랗거나........낮은 밝고 밤은 어둡다. 그러나 해가 지고 밤이 되기까지의 불분명하고 모호한 어스름,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채우며 밀려와 가슴을 꽉 막히게, 안타깝게 하는 그 무엇에 이름붙일 수 없는 것처럼 그때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사이를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73)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200쪽도 채 안 되는 이 소설에 대해서. 가슴을 꽉 막히게 하는 그 무엇에 자꾸만 걸려 생각이 더 나아가질 않는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름다운 소설, 슬픈 이야기, 안타까운 우미와 우일이. .. 더보기
카뮈의 이방인 157) 너는 어지간히도 자신만만한 태도다. 그렇지 않고 뭐냐? 그러나 너의 신념이란 건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한 가치도 없어.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너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