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átch-22
【명사】
[불] (미·비격식)
포스트모더니즘, 부조리, 등등의 단어들이 작품소개에 들어있을 때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아는 미치광이는 미치광이가 아니므로 제대할 수 없다'는 캐치-22의 부조리함.
어이가 없어 웃을 수 밖에 없는 전쟁의 무의미함과 부조리함을
이 작품은 부조리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조리하다.
작품 전반의 어투가 이렇다. 베베 꼬이고 엉키고 전통소설의 플롯이 아닌 복잡미묘한 반소설, 반전소설.
그냥, 읽다보면 @_@ 이렇게 되는 소설.
함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캐치-22였는데, 그 규칙은 긴박한 현실적인 위험의 면전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심리의 전개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오르는 미쳤고 그래서 비행근무를 해제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할 일이라고는 신청하는 절차뿐이었는데, 그가 신청만 하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미친 상태가 아니어서 다시 출격을 나가야 한다. 출격을 더 나간다면 오르는 미치게 되며, 그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데, 만일 정상적이라면 그는 출격을 나가야 한다. 요사리안은 캐치-22의 이 구절이 내포한 절대적 단순성에 깊은 감동을 느껴서 존경스러운 휘파람 소리를 냈다.
메이저 메이저는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평범하게 태어났다. 어떤 사람들은 평범하게 태어나고, 어떤 사람들은 살아가다 보면 평범해지고, 어떤 사람들은 남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평범해진다. 메이저 메이저의 경우에는 세 가지가 모두 겹쳤다. 두드러진 점이 전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모든 사람들보다도 더욱 두드러진 점이 없는 사람으로 두드러졌으며, 그를 만난 사람들은 그가 너무나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뚜렷한 인상을 항상 받았다.
눈을 똑바로 떠, 클레빈저. 죽은 사람에게는 누가 전쟁에 이기느냐 하는 건 쥐뿔만 한 의미도 없어.
"뇌막염이야." 다른 사람들더러 물러서라고 손짓하면서 그는 힘을 주어 소리쳤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이유라고는 조금도 없지만 말야."
"그런데 왜 하필이면 뇌막염이라고 짚어서 얘기하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느 소령이 물었다. "예를 들면, 어째서 급성 신장염이 아니고 말입니까?"
"그건 내가 뇌막염 전문이지 급성 신장염 전문은 아니니까 그렇다 이거야."
"살기 위해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다 목숨을 바칠 가치가 있겠죠."네이틀리가 말했다.
"그리고 목숨을 버릴 가치가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 살아야 할 가치도 있지." 세속적인 노인이 말했다.
"우린 우리들이 아직 알고 있지도 못한 범죄와 위반을 당신이 범했다고 고발한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모르겠어요. 죄목이 뭔지 얘기해 주지도 않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우리도 모르는데 어떻게 얘기를 해 줘?"
"식물처럼 살아가면 좋을 거야." 그는 그리워하는 표정으로 조금 양보했다.
"거지 같겠죠." 요사리안이 대답했다.
"아냐, 이런 모든 회의와 압박감에서 해방되면 무척 즐거울 거야." 댄비 소령이 우겼다.
"난 중요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으면서 식물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어떤 종류의 식물이요, 댄비?"
"오이나 당근."
"어떤 종류의 오이요? 좋은 거요, 나쁜 거요?"
"아, 그야 물론 좋은 거지."
"사람들은 당신이 한창 시절에 이르면 샐러드를 만들려고 당신을 썰겠죠."
댄비 소령은 얼굴을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나쁜 거."
"그들은 당신이 썩게 내버려 두었다가 좋은 것들이 자라도록 도와주는 비료로 당신을 쓰겠죠."
"그렇다면 난 식물처럼 살아갈 생각이 없어지는군."
구슬픈 포기의 미소를 지으며 댄비 소령이 말했다.
요사리안이 웃었다. "난 강렬한 후회가 없는 삶은 바라지 않아요. 그렇죠, 군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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