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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홀랑보기

[0730 내일로 첫날-안동] 혼자 어떻게 여행을 가요? (분당선을 타고 청량리역으로)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여덟 시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어깨엔 무거운 가방, 눈에는 몽롱한 잠기운, 평소 거의 접하지 못하는 새벽 공기의 맛에 진짜 내가 내일로를 가는 건가....하며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것도 혼자. 충동적으로 티켓을 구입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하루 만에 짐을 싸더니 홀랑 기차를 타러 떠난다는 내 모습에 부모님은 놀라고 친구들은 믿지 않고 인터넷에서는 그래도 혼자 다니는 거 해 볼 만 하다며 하지만 심심하다며 위로인지 충고인지를 남겨 줍니다. 혼자 어떻게 여행을 가! 식당에서 주문도 못 하던 애가불안해 하는 나를 여행에 들뜬 내가 살살 달랩니다. 일단 기차부터 타고 우리(?) 대화하자~첫 날부터 자아분열이 오려 합.. 더보기
2013년 독서연대기 1. [삶과 철학] 한국철학사상연구회2-5. [레 미제라블] 2-5권 빅토르 위고(민음사)6. [소설의 기교] 데이비드 로지7. [웃는 동안] 윤성희(2)8. [이상문학상 작품집-김애란]9.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10.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시집11. [우주 만화] 이탈로 칼비노(열린책들)12. [개념어 사전] 남경태13. [모든 가능성의 거리] 박정대 시집14. [풍경과 상처] 김훈15. [정여울의 문학 멘토링] 정여울16. [마음의 서재] 정여울17. [백百의 그림자] 황정은(2)18.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문학동네)19. [독학자] 배수아20. [열세 걸음] 모옌21.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2)22. [How to read 라캉] 슬라보예 지.. 더보기
2012년 독서연대기 1. 미즈타니 오사무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흔한 내용이지만 밤의 선생 미즈타니의 행적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 2. 하임 G. 기너트 [교사와 학생사이] 교사가 지닌 최고의 무기는 폭력에 대한 차원 높은 혐오, 처벌에 대한 문명화된 불신이다. 그렇다면 결국 누가 진정한 훈육자인가? 아이들의 마음을 폭력에서 믿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훈육자이다. 3. 헤르만 헤세 [독서의 기술] 책은 오직 삶으로 이끌어주고 삶에 이바지하고 소용이 될 때에만 가치가 있다.(10쪽) 지금까지의 내 잘못된 독서습관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낸 책이 되었고, 헤르만 헤세는 이때부터 나의 스승이 되었다. 4.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펭귄클래식) 번역으로 읽는데도 느껴지는 시인의 아름다운 문.. 더보기
카를 융의 기억 꿈 사상 138쪽, '신의 세계'라는 표현이 어떤 사람에게는 감상적으로 들리겠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모든 '초인간적'인 것들, 눈부신 빛, 심연의 어두움, 시공의 무한성이 지닌 차가운 무감정, 비합리적인 우연세계의 으스스한 괴기성 등이 '신의 세계'에 속했다. '신'은 나에게는 모든 것이었지, 단지 '교화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175쪽,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만의 개인적인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정신의 고도로 수준 높은 대변자요 희생물이요 후원자인 셈이다. 우리는 평생 동안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세계라고 하는 극장 무대에서 주로 대사 없는 단역배우 역할만을 해왔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지하.. 더보기
고독과 고통의 서사-그것은 태연한 인생 16쪽, 사랑에 빠진 여인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날 것이다. 류의 아버지가 포착하고 전율한 것은 그 아름다움이었다. 그 아름다움은 대개 이미지로 구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서정적 이야기들은 연인의 포옹이나 결혼식으로 끝이 나고그런 것을 해피엔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이후 벌어지는 생활과 이데올로기라는 서사의 세계는 이미지의 세계와 인과관계가 없는 다른 영역이다. 이미지는 순간적으로 쏘이는 광선 같은 것이고 자체로 완결되기 때문에 진위 같은 건 없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의심하지도 상처받지도 않았다. 빚 같은 것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사의 영역에 속한 어머니의 삶을 이끄는 것은 이미지가 아닌 패턴이었고 그것은 뜨개질 본처럼 이어져가야만 했기 때문에 절단면의 상처는 깊었다. 그것은 비용.. 더보기
유령이지만 우리의 냄새가 나요 파씨의 입문 - 황정은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유령들의 이야기 진짜 유령이 나오는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를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나 여섯 번째 죽음을 맞는 가난이라는 폭력에 맞서 서서히 희미해지는 너덜너덜해진 생존권 그리고 유령을 닮은 옹기에 매료된 소년의 이 유령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하고 들은 적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운다. 그런데 냄새만큼은 우리와 같은 냄새,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세계의 냄새, 잔인하고 지독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냄새가 난다. 유령을 말하나 세상을 보여주는 그녀의 소설에 매료된다. 수천명 중에 몇백명 만이 웃는 빌어먹을 시험을 준비하는 나머지 울게 될 사람들은 어떻게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를 유령이 될지도 모를 그런 시험을 한 달 앞둔 내가 그녀에게 매료된다. 더보기
피비린내나는 빨간 사과 영이 02 - 김사과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24쪽, 아빠가 술을 마시면 엄마는 욕을 하고 아빠는 엄마를 때리고 둘은 싸운다. 한 문장으로 쓰면 될 것을 나는 왜 이렇게 많은 문장을 쓰고 있나. 왜냐하면 백 문장에는 백 문장의 진실이 있고 한 문장에는 한 문장의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다른 것처럼, 열 시간의 고통과 십분의 고통이 다른 것처럼, 백 문장의 진실과 한 문장의 진실은 다르다. 이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광경이기 때문에, 한 문장-삼초의 고통이 아니라 천 문장-삼천 초의 고통을 안겨줘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읽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느끼는 당신을 원한다. 아주 오래 느끼는 당신을 원한다. 당신은 아주 오래 느껴야 한다. 한번 더 사는.. 더보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지음/자음과모음 김연수의 소설을 좋아한다. 특유의 사색적 문장을 좋아한다. 좋아서 친구들에게 추천하면,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답을 돌려준다. 몇 번 돌려받은 답신 끝에 그의 소설을 추천하는 건 그만두었다. 그러나 이번 소설만큼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그만의 사색이 서사와 균형을 제대로 이룬다. 자신의 근원-부모 찾기라는 보편적인 문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이야기가 술술 잘 읽혔다. 어머니 찾기는 아버지 찾기로, 주인공 카밀라 포트만의 탄생에 얽힌 진실 탐구로 서사의 강은 거침없이 흘러간다. 그렇다면 카밀라는 왜, 이전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가? 100쪽, 거기까지 말하고 신혜숙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에게.. 더보기
바우만의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옮김/동녘 솔직히 고백한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알라딘 노트 사은품이 탐나서였다고. 다소 불순한 이 구입동기는 나에게 뜻밖의 지적 자극을 안겨주었다. 25년생의 폴란드 노학자는 87년생 한국인 꼬꼬마에게 이 시대를 보는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새 안경을 맞추듯.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계는 '유동하는 근대 세계'로, 이정표는 커녕 당장 걷고 있는 길 자체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버리는 변화의 세계. 울렁거리는 유동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메슥거리는 멀미를 가라앉히기 위해 sns중독에 빠지거나, 종교에 매달리거나, 미친듯이 쇼핑을 한다. 어디로 가야 하나 길조차 알 수 없는 세계, 막연한 공포에 대한 공포(포보포비아)에 시.. 더보기
윌 듀랜트의 철학 이야기 철학 이야기 - 윌 듀란트 지음, 황문수 옮김/문예출판사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나요? 진리를 알기 위해? 잘난척하기 위해? 삶을 위해, 라고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답이 나온다. 15명의 철학자들의 생애와 저작들을 샅샅이 분석해 저자가 이끌어낸 철학의 존재 이유는 찬란하다. 진리는 우리를 부자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유인이 되게 한다(12쪽). 자유인이라! 이 개념을 여러 의미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나 나름대로는 '자기 자신을 자각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를 알며 내가 나아갈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이라 풀어 써 보겠다. 한 마디로, '지혜로운 사람'. 이 책은 그런 지혜로운 사람들의 행적을 윌 듀랜트의 친절한 해설과 아름다운 문체와 함께 뒤따라가는 하나의 통로다. 세 달 동안 책을 읽으며 철학자들의.. 더보기
지지 않는다는 말 지지 않는다는 말 - 김연수 지음/마음의숲 읽으면 달리기를 하고 싶어지는 책. 하루키가 쓴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집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생명력 넘치는 책. 아름다운 책. 8쪽, 달리기를 통해서 내가 깨닫게 된 일들은 수없이 많다. 뛰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이 달리기를 하기에는 제일 좋은 때다. 아무리 천천히 뛴다고 해도 빨리 걷는 것보다는 천천히 뛰는 편이 더 빠르다. 앞에서 누군가 사진기를 들고 달리는 사람들을 찍고 있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등을 곧추세우고 웃어야만 한다(안 그러면 반라 차림에 일그러진 얼굴로 괴로워하는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지도 모른다) 등등등.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 더보기
비행운과 비행운 293쪽,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것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 더보기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접속할 때마다 나의 무지와 게으름을 한탄하게 만드는 의 주인장이 새로운 서평집을 내셨다. 독서광의 선두주자인 그가 낸 책의 제목이 아름답다. 이 이상 이 책의 서평 제목을 찾기도 어렵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올린 생각들이 저 제목에 압축되어 있으니. 서평들을 가로지르는 책과 독서에 관한 짧은 문답들에서 독서가로서의 삶의 태도를 배워 간다. 289쪽, 멸종되어 가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종의 외로움'도 느끼는가? 근래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읽으며 그런 느낌도 사치의 일종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류하자면 저자가 상당한 '별종'이지만, 책의 혁명, 문학의 혁명에 대한 그의 주장엔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만약 퇴화냐 멸종이냐, 두 갈래 길이 있다면 기꺼이 멸.. 더보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2쪽, 우리 인생의 매순간이 무한히 반복되어야만 한다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듯 영원성에 못 박힌 꼴이 될 것이다. 이런 발상은 잔혹하다.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는 몸짓 하나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 바로 그 때문에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애 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 더보기
아마도 아프리카 시와 그리 친하지만은 않은 내가 시집 한 권을 온전히, 집중해서, 가슴 떨려하며, 애지중지 읽는 일은 흔치 않다. 이제니의 [아마도 아프리카]가 그런 희귀한 시집 중 하나다.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알게 된 그녀의 시는 뭐랄까, 새로운 세계로 가는 입구를 간단한 언어로 열어젖히는 마법소녀 같다고 해야 할까. 진부한 묘사지만 내게 그녀의 시는 마법 같았다. 헤어질 때 더 다정한 쪽이 덜 사랑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나는 더 다정한 척을, 척을, 척을 했다.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요롱이는 말한다. 나는 정말 요롱이가 되고 싶어요. 요롱요롱한 어투로 요롱요롱하게.(요롱이는 말한다)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박였다. .. 더보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민음사 장희창 번역본 나는 인간에게 새로운 의지를 가르친다. 인간이 곧장 걸어온 이 길을 원하고 이 길을 받아들이며, 병든 자와 죽어가는 사람처럼 그 길에서 벗어나 몰래 달아나지 말라고 가르친다! 병든 자와 죽어가는 자들이야말로 몸과 대지를 경멸하고 하늘나라와 구원의 핏방울을 꾸며낸 자들이었다. (47쪽, 세계 너머의 세계를 믿는 자들에 대하여)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57쪽,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나는 모든 글 가운데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되리라.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미워한다. 독자를 잘 아는 자라면 독자를 위해 더 이상 아.. 더보기
미셸 우엘벡의 소립자 소립자 -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열린책들 25쪽, 어떤 물고기가 공기를 들이마시기 위해 이따금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다고 할 때, 그 물고기는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몇 초 동안 무엇을 보게 될까? 수중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공기의 세계, 천국 같은 세계를 보게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러고 나면 물고기는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해초의 정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물고기는 다른 세계, 어떤 완전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직감하지 않았을까?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소설이면서도, 예상한 그 이상의 지평선을 보여 주는 소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설명과 20세기 말 서구사회의 성 풍속도가 뒤얽히면서 진행되는 소설은 SF적인 결말로 끝맺는다. (.. 더보기
다행히도 독서의 역사에는 끝이 없다 독서의 역사 -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세종서적 다행히도 독서의 역사에는 끝이 없다(458쪽). 독서가 대선배님이 읽어주는 독서의 역사는 개인적인 독서가들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이 개별적인 이야기들이 보편적인 독서의 역사로 응집되다가, 다시 독자인 나만의 독서의 역사로 재조립된다. 그대가 지하철에서 맞은편의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인 서재를 간직하고 있는 독서가라면, 이 [독서의 역사]가 주는 감상은 특별하리라. 37쪽, "책을 읽으면서 그전에 다른 책을 읽었을 때를 회상하고 서로 비교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불러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아르헨티나의 작가인 에세키엘 마르티네스 에스트라다는 촌평했다. "이런 독서야말로 가장 세련된 형태의 간통이다." 보르헤스는 .. 더보기
이론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비평 이론의 모든 것 43쪽, 지식은 우리가 지금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를 말해 주는 무엇이다. 지식은 우리가 우리 자신 및 주변 세계와 맺는 관계를 구성하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자신과 주변 세계를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렌즈가 바로 지식이기 때문이다. 렌즈를 바꿔 보면 보는 이와 보는 관점 모두 바뀌게 된다. 이러한 원리가 지식을 그토록 무서우면서도 해방적인 것으로, 그토록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더없이 즐거운 것으로 변모시킨다. 문학은 그저 읽고 쓰고 느끼고 감상하고 향유하는 존재가 아닌가요? 프로이트니 데리다니 푸코니 남근선망이 어떻고 소설의 구조가 무엇이고 비평이론은 이런 문학의 향유를 방해하는 적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요? 학창시절 시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의미를 받아적으면서, 대학시절 공허한 이론들의.. 더보기
우엘벡의 백과사전적 서술에 대하여 드디어 유명하다면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의 작품을 한 권 읽는 데 성공했다. 공쿠르 상 수상작 [지도와 영토]로 시작점을 찍으니 산뜻하고 예술적이다. 우엘벡을 화제의 작가로 만든 특유의 주제의식과 백과사전적 지식의 짜깁기 방식에도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주인공이 벤츠를 타고 가면서 벤츠에 대한 지식과 소비 방식을 나열하는 서술방식은 확실히 특이하다.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의 하나로써 '콜라주' 형식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도 있겠다. 이런 서술방식이 뜻밖의 유머로 터져나온 장면이, 주인공 제드 마르탱이 초상화 작업을 위해 미셸 우엘벡을 찍으러 삼성 카메라를 사서 그 설명서를 읽는 부분이다. 194쪽, 2010년대의 소비자가 좋아라 할 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 제품을 선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