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1인용 식탁
p25 어릴 때는 홀수가 싫었다. 무리를 굳이 둘씩 나누는 상황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운동장에서,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놀이기구에서, 관계는 '둘'로 정의되었고, 전체가 홀수였다면 한명은 꼭 남았다. 3-2=1, 5-2-2=1, 7-2-2-2=1, 이런 계산법으로 인해 외톨이가 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정원이 48명인 반에서 나는 마음이 편안했고, 47명인 반에서 마음이 불안했다. 48명인 반에서 일어나는 전학이나 결석, 조퇴와 같은 일들도 역시 불안했다. 어릴 때 운동장이나 교실 안에서 겪었던 홀로됨의 어색함은 결국 교문 안에서만 유효할 뿐, 그 당시에는 중요했던 그 문제가 사실 미니어처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정말 비극이 시작된다. 교문 밖에서 울타리도 없이 벌어지는 ..
더보기
햄릿의 유명한 독백
94p 제3막 제1장 56-89행 햄릿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