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세랄을 생애 처음으로 쥐어보며 사진에 대한 열의에 활활 타오르며 읽은 책.
19p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의미는 없다. 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다.-윌리엄스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삶 전체를 통틀어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은 이 머무름과 반대 선상에 있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 빛, 공간, 거리 사이의 관계, 공기, 울림, 리듬, 질감, 운동의 형태, 명암, ...사물 그 자체...이들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든 아직은 사회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성적性的이지도 않다.(여송연cigar은 아직 여송연이 아니다.)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저 보이는 게 찍힐 뿐이다. 카메라는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66p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어린애가 난데없이 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개'라고 말하면, 부모는 까무러칠 듯 놀라며, 자신들의 아이가 천재라고 열광한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문화에서 '본다는 것'의 목적은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데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게 바로 '돈'줄이다.
그런데 개의 털이 햇빛 속에서 반짝일 때, 한밤중에 어둠 속에서 넓은 방 안을 어슬렁거릴 때, 그 모습은 어떤가? 반가울 때나 두려울 때 흔드는 꼬리, 갸우뚱거리는 머리, 그 작은 몸으로 쏟아내는 무언의 메시지는 어떤가? 킁킁거리며 방 안을 분주히 돌아다닐 때 자아내는 생동감은 어떤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이름이 없는 것은 상도 안 준다. 오로지 이름을 붙이는 것만이 관건이다. 읽기와 산수로만 지능이 평가된다. 감수성과 관찰력이 뛰어난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던 적은 언제였던가?
75p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100p 예술이란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이다. -파블로 피카소
카메라는 그 앞에 존재하는 것만을 프레임 안에 담기 때문에 찍혀진 모든 것은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또한 모든 사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만을 잘라내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심지어 '스트레이트straight'한 사진들마저도 위의 두 가지 맥락에서 본다면 '진실'이 아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는 이제 컴퓨터의 '전원부터 켠다.'
124p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바늘에 고기 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색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완벽한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에.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닥터로우
새로운 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최신 기술이고 일을 쉽게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푹 빠져 매몰되지 말고 그저 도구로만 사용하라는 얘기이다.
129p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오리라고 희망한다. 이 희망으로 내 정신은 자유롭고 내 가슴은 설레인다.
19p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의미는 없다. 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다.-윌리엄스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삶 전체를 통틀어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은 이 머무름과 반대 선상에 있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 빛, 공간, 거리 사이의 관계, 공기, 울림, 리듬, 질감, 운동의 형태, 명암, ...사물 그 자체...이들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든 아직은 사회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성적性的이지도 않다.(여송연cigar은 아직 여송연이 아니다.)
이름을 주지도, 상표를 붙이지도, 재 보지도, 좋아하지도, 증오하지도, 기억하지도, 탐하지도 마라. 그저 바라만 보아라.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저 보이는 게 찍힐 뿐이다. 카메라는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66p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어린애가 난데없이 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개'라고 말하면, 부모는 까무러칠 듯 놀라며, 자신들의 아이가 천재라고 열광한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문화에서 '본다는 것'의 목적은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는 데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게 바로 '돈'줄이다.
그런데 개의 털이 햇빛 속에서 반짝일 때, 한밤중에 어둠 속에서 넓은 방 안을 어슬렁거릴 때, 그 모습은 어떤가? 반가울 때나 두려울 때 흔드는 꼬리, 갸우뚱거리는 머리, 그 작은 몸으로 쏟아내는 무언의 메시지는 어떤가? 킁킁거리며 방 안을 분주히 돌아다닐 때 자아내는 생동감은 어떤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이름이 없는 것은 상도 안 준다. 오로지 이름을 붙이는 것만이 관건이다. 읽기와 산수로만 지능이 평가된다. 감수성과 관찰력이 뛰어난 학생이 장학금을 받았던 적은 언제였던가?
75p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100p 예술이란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이다. -파블로 피카소
카메라는 그 앞에 존재하는 것만을 프레임 안에 담기 때문에 찍혀진 모든 것은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또한 모든 사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만을 잘라내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심지어 '스트레이트straight'한 사진들마저도 위의 두 가지 맥락에서 본다면 '진실'이 아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리는 이제 컴퓨터의 '전원부터 켠다.'
124p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바늘에 고기 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색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완벽한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에.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곳에 살고 있다. -닥터로우
새로운 기술을 아예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최신 기술이고 일을 쉽게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푹 빠져 매몰되지 말고 그저 도구로만 사용하라는 얘기이다.
129p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오리라고 희망한다. 이 희망으로 내 정신은 자유롭고 내 가슴은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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