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p 쿼일은 풀 위에 누운 채 달려가는 웨이비를, 그녀의 푸른 치마의 주름이 점점 멀어져 가면서 지워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모, 아이들, 웨이비. 그는 대지와 합쳐지려는 듯 사타구니를 황무지에 대고 눌렀다. 흥분된 감각에, 저 멀리의 풍경이 그에게 너무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바다와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한 작은 형체들. 복잡하게 뒤엉킨 삶이 허울을 벗자 그는 인생의 구조를 볼 수 있었다. 생이란 바위와 바다, 그리고 그것들을 배경으로 잠시 스쳐가는 작고 하찮은 인간과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과거를 꿰뚫어보았다. 그는 철새 떼 같았던 과거 세대들과 작은 돛이 점점이 흩뿌려진 만과 다시 활기를 되찾은 마을과 생선 비늘로 반짝이는 그물이 드리운 심연의 바다를 보았다. 쿼일 일가가 세월로 악을 씻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고모는 죽어 땅에 묻힐 것이고 쿼일과 웨이비는 늙어 꼬부라지고 딸들은 먼 도시로 떠나가리라. 헤리는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도 나무 개와 색실에 환희를 느끼며 지붕 밑 다락방이나 계단 아래 작은 방에서 잠을 잘 것이다.
쿼일은 순수에 대한 감각을 되찾고 떨리는 균형 속에서 세상사를 이해했다.
세상 모든 일이 전조라는 껍질에 싸여있는 듯했다.
그의 예리한 시선이 과거를 꿰뚫어보았다. 그는 철새 떼 같았던 과거 세대들과 작은 돛이 점점이 흩뿌려진 만과 다시 활기를 되찾은 마을과 생선 비늘로 반짝이는 그물이 드리운 심연의 바다를 보았다. 쿼일 일가가 세월로 악을 씻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제 고모는 죽어 땅에 묻힐 것이고 쿼일과 웨이비는 늙어 꼬부라지고 딸들은 먼 도시로 떠나가리라. 헤리는 머리가 반백이 되어서도 나무 개와 색실에 환희를 느끼며 지붕 밑 다락방이나 계단 아래 작은 방에서 잠을 잘 것이다.
쿼일은 순수에 대한 감각을 되찾고 떨리는 균형 속에서 세상사를 이해했다.
세상 모든 일이 전조라는 껍질에 싸여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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