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의 책 추천에서 종종 보게 되는 산도르 마라이라는 이름에 끌려 찾아 읽었다.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ㅎㅎ
155p 다 지나간 지금, 자네는 사실 삶으로 대답했네. 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 그동안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원칙이나 말을 내세워 변명하고, 이런 것들이 과연 중요할까?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진정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223p 그래, 아버지는 인류를 둘로 가르는 존재의 이원성에 대해 알고 계셨지. 아버지도 한 여인을 만나 다시없이 사랑했지만, 그 옆에서 끝내 고독하셨네. 두 분이 서로 다른 기질과 삶의 리듬을 가진 두 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지. 우리 어머니도 자네나 크리스티나처럼 '달랐기'때문일세. 내가 아르코에서 깨달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네. 어머니와 크리스티나, 자네하고 나를 묶어준 것은 늘 같은 감정이었어. 늘 같은 동경, 같은 희구, 같은 무력하고 슬픈 욕구였지.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겪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찾기 때문일세. 이런 것쯤은 자네도 벌써 알고 있겠지? 삶의 가장 큰 비밀과 최대의 선물은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일세.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네. 그 이유는 자연이 술수와 힘을 사용해 그러한 만남을 방해하는 데 있을 걸세. 서로 영원히 희구하는, 대립된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긴장이 세계 창조와 삶의 개혁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보게, 전기의 교류 같은 것...시선을 두는 쪽에서 일어나는 양극과 음극의 에너지 교환, 이 이원성 뒤에 얼마나 많은 절망과 눈먼 희망이 숨어 있는가!
273p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게. 어느 날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서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네도 생각하나? 무슨 일이 일어닐지라도? 그것을 체험했다면, 우리는 헛산 것이 아니겠지? 정열은 그렇게 심오하고 잔인하고 웅장하고 비인간적인가? 그것은 사람이 아닌 그리움을 향해서만도 불타오를 수 있을까? 이것이 질문일세. 아니면 선하든 악하든 신비스러운 어느 한 사람만을 향해서,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정열적일 수 있을까? 우리를 상대방에 결합시키는 정열의 강도는 그 사람의 특성이나 행위와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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